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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종교지도자 피살로 갈등 고조…인도-캐나다 또 ‘외교관 맞추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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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6월24일 캐나다 밴쿠버 주재 인도 영사관 앞에서 시크교도들이 암살당한 지도자 하르디프 싱 니자르의 사진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캐나다 ‘내셔널포스트’ 누리집 갈무리


캐나다 국적의 종교 지도자 피살 사건을 둘러싼 인도와 캐나다의 외교 갈등이 다시 불붙었다.



캐나다 외무부는 14일(현지시각) 캐나다 국적의 종교 지도자 암살 사건과 인도 외교관 등 6명의 정부요원이 연관된 점을 들어 이들에게 추방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인도 외무부도 이에 맞대응해 고등판무관을 비롯한 6명의 주인도 캐나다 외교관에게 19일까지 인도를 떠날 것을 통보했다. 인도 정부는 또 주인도 캐나다대사 직무대행인 스튜어트 휠러를 초치해 “인도 외교관 및 직원을 근거 없이 겨냥하는 것을 완전히 용납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캐나다 정부는 공세적인 발언을 잇달아 내놓았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외국 정부가 캐나다 땅에서 캐나다 시민을 위협하고 살해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인도는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캐나다 외무부 장관 멜라니 졸리도 피살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6명과 관련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증거를 수집”했다며, 이러한 점을 고려해 추방 결정이 내려졌다고 했다. 그는 또 인도에 주요 인물로 지목된 6명의 면책 특권을 포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인도 정부는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두 나라 사이 외교 갈등은 2023년 6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발생한 시크교 종교 지도자의 피살 사건으로 빚어졌다. 당시 총에 맞아 숨진 사람은 인도 태생의 캐나다인으로, 시크교 분리주의 운동단체 지도자 가운데 한명인 하르디프 싱 니자르(45)였다. 시크교는 이슬람교와 힌두교 등의 영향을 받아 15세기에 인도 펀자브에서 등장했다. 시크교 분리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종교가 발원한 펀자브 지역에서 독립국을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인도 정부는 시크교 분리주의 운동을 금지한다. 이에 따라 캐나다·영국 등에 시크교 활동가에 대한 법적 조처를 해달라고 요청했고, 숨진 니자르를 2020년 테러리스트로 지정했다. 그러나 캐나다 정부는 인도 정부의 요청에 난색을 보여왔다. 캐나다에서 시크교 인구는 전체의 2%에 이르고, 분리주의 운동에 지지를 보내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크교에 입장 차이를 보이는 정도였던 인도-캐나다는 니자르 피살 사건을 계기로 갈등 국면에 접어들었다. 사건 발생 뒤인 지난해 9월 트뤼도 총리가 피살 배후에 인도 정부요원이 있다고 주장하면서다. 당시에도 캐나다와 인도 정부는 각자 상대국 외교관을 추방했다. 인도는 자국민 안전을 이유로 캐나다인 비자 발급을 잠정 중단하기도 했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 11월 미국 시민권자인 시크교 단체 간부 구르파트완트 싱 파눈을 살해하려 한 사건과 관련, 인도 정부 관계자들과 워싱턴에서 15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미국 검찰은 ‘고위급 지역 담당자’로 묘사된 인도 정보·보안 담당 요원이 살인 청부 업자를 고용해 파눈을 살해하려 했다며, 연루된 인물을 기소한 바 있다고 에이피 통신은 전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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