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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폴 도너번의 마켓 나우] 이윤을 둘러싼 가게주인과 빅데이터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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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폴 도너번 UBS 수석 이코노미스트


세계 여러 나라가 2023년 ‘이윤 주도형 인플레이션(profit-led inflation)’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이 유형의 인플레는 가게 주인이 고객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질 때 발생한다. 가게 주인은 자신의 우월한 지식을 사용해 ‘원가 상승으로 가격 인상은 정당했다’고 고객을 설득할 수 있다. 사실은 이익률을 높이기 위한 교묘한 핑계다.

예컨대, 수퍼마켓은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자신들이 판매하는 식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소비자는 식품 가격에서 농부의 몫이 가장 클 것이라고 잘못 알고 있기 때문에 가격 인상을 ‘공정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농부에게 돌아갈 금전적 이익은 식품 소매가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식품 가격은 인건비가 크게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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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전 미국에서 소매업 이익률은 전체 소매 판매량의 약 14%였다. 오늘날 약 21%로 상승한 소매업 이익률은 정치적 쟁점으로 번졌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를 정부의 조치가 필요한 문제로 지목했다. 그렇다면 정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 가지 방법은 시장에서 경쟁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빅데이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신용카드와 직불카드를 사용해 돈을 쓰고 있다. 영국에서는 6세부터 직불카드를 쓸 수 있다. 앞으로는 점점 더 많은 상점이 현금을 받지 않게 된다.

전자 결제의 보편화로 많은 양의 정보가 확보됐다. 통계학자들은 익명의 신용카드 거래 데이터를 통해 사람들이 음식을 사기 위해 얼마나 먼 거리를 이동하는지, 또는 각 소비자가 수퍼마켓 몇 군데에서 쇼핑하는지 등을 알 수 있다. 각 지역의 경쟁 상황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소비자가 한 지역에서 두세 개의 수퍼마켓을 이용하고 있다면, 이윤 주도형 인플레이션의 발생은 어렵게 된다.

또한 상점에서 바코드 스캐너의 확산으로 판매 가격이 매우 세밀하게 모니터링될 수 있다. 전통적으로 가격 데이터는 선택된 여러 물품에 대한 샘플링으로 수집된다. 데이터 수집원이 매장을 방문해 특정 날짜에 매겨진 가격을 기록했다. 그러나 매장에서 모든 바코드 데이터를 수집한다면, 통계학자는 익명의 데이터를 사용해 소비자가 구매한 모든 항목의 가격을 파악할 수 있다.

통계학자들이 각 소비자가 매장에서 지불한 가격과 해당 매장이 위치한 지역의 경쟁 정도를 알면, 이윤 주도형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명확히 가려낼 수 있다. 이를 통해 정부는 반(反)경쟁적 행동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명확한 증거를 가지고 개입할 수 있다.

폴 도너번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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