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1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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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 참모들은 김 여사 문제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직접 결단해야 할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김 여사 사과,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국정에서의 분리, 특별감찰관 임명 등은 모두 윤 대통령이나 김 여사가 실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본다. 한 여권 관계자는 “김 여사가 유학을 간다거나, 국정에서 완전히 분리되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지만 그걸 참모들이 얘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김 여사 사과 문제 같은 것은 전적으로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결단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여권 내부에선 김 여사 문제 해결이 요원하다는 무력감도 느껴진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금 정부의 최대 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부부 금슬이 좋다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윤 대통령이 김 여사를 버리는 그림이 나오면 지지율이 오르겠느냐. 해법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한 친윤석열계 의원은 기자에게 “김 여사 문제를 적극 대응하고 싶지만 팩트 확인부터 여러 가지 과정이 당에서 하기는 쉽지 않다”며 “결국 용산이 상당 부분 풀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 친윤계 인사는 “김 여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으면 총선도 이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김 여사 논란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윤 대통령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문제에 대해서 공적으로 대응한다거나 엄격하게 대응한다는 이미지를 주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신년 기자회견을 대체한 KBS와의 대담에서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가방을 준 최재영 목사 같은 인사를) 박절하게 대하긴 참 어렵다. (상대를)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좀 문제라면 문제이고, 좀 아쉽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말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면담에서 김 여사 대외활동 중단 요청에 대해 “집사람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여사가 박절하지 못했고, 힘들어하고 있다는 표현은 사적이고 감정적인 대응으로 읽힌다. 남편으로서의 대응인 셈이다.
윤 대통령이 해명과 대응을 외면하는 사이 김 여사가 대통령 배우자 이상의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했다. “우리 남편은 바보다. 내가 다 챙겨줘야 뭐라도 할 수 있는 사람”(서울의소리 기자와의 통화 녹취록), “저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 끊어지면 적극적으로 남북문제 (해결에) 나설 생각”(최재영 목사 면담 녹취록) 등 김 여사 발언들도 이런 의혹을 키웠다.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을 제기한 강혜경씨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명씨가 윤 대통령은 칼을 잘 쓰지만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좁은 ‘무사’, 김 여사는 그의 어깨에 올라탄 ‘주술사’에 비유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정권을 함께 운영하는 권력 공동체’로 규정했다.
김 여사 문제는 부인할 수 없는 여권의 최대 리스크가 됐다. 당정 갈등도 김 여사 문제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윤·한 1차 갈등은 지난 1월 당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임명한 김경율 비대위원이 김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라고 저격했을 시점에 발화됐다. 이번 2차 윤·한 갈등도 한동훈 대표가 김 여사 리스크 해소를 위해 김 여사 라인 인적쇄신 등 3대 요구를 내놓으면서 심화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김 여사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국정 동력은 전반적으로 빠지고 있다. 한 대표와의 대결 구도에서도 김 여사 문제가 약점이 돼 주도권이 넘어가는 그림이 만들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내세웠던 공정 이미지도 사라진 지 오래다. 한 친한동훈계 인사는 통화에서 “김 여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윤 대통령과 정부를 살리는 길”이라며 “김 여사 문제가 해결돼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법리스크, 문다혜씨 논란 이런 문제들도 반격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여사 때문에 이런 문제들도 결국 묻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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