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에게 ‘우크라이나 전쟁 참가 북한군을 타격해 대북 심리전에 활용하자’고 제안한 것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전쟁 위기를 부추긴다”며 국민의힘에 한 의원을 제명하라고 요구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한반도는 당장 전쟁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며 “접경지 주민들이 북한의 대남 확성기 소음 때문에 정신병에 걸릴 정도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북한 오물 풍선이 정확하게 대통령실 위로 떨어졌다”고 했다.

이 대표는 “상황이 이런데도, 집권 여당 의원이 대통령실 안보실장에게 ‘우크라이나 협조를 구해서 북괴군 부대를 폭격하고 미사일 타격을 가해야 한다’ ‘심리전에 활용하자’는 이야기를 했다”며 “러시아가 또 반응하고 있다. 정말 왜 이런 위험천만한 일을 저지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젊은 해병대원과 이태원의 수많은 젊은이도 지키지 못한 정부가, 이역만리에서 벌어지는 전쟁 위기를 우리 한반도에까지 끌고 들어오려는 것이냐”며 “정신 차려야 한다”고 했다. 이어서 “정부·여당은 가뜩이나 불안한 안보 상황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우려를 잠재우기는커녕, 장기판의 말 옮기듯이 가벼운 말로 위기를 부추긴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신원식 안보실장을 즉각 문책하고, 국민의힘은 한기호 의원 제명이라는 강력한 조치에 참여하기 바란다”고 했다.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는 한 의원이 신원식 안보실장에게 “우크라이나와 협조가 된다면 북괴군 부대를 폭격, 미사일 타격을 가해서 피해가 발생하도록 하고, 이 피해를 북한에 심리전으로 써먹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모바일 메신저로 보내는 모습이 포착됐다. 신 실장은 “잘 챙기겠다. 오늘 긴급 대책회의 했다”고 답했고, 한 의원은 “(한국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이 아니라, 연락관(파견)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에 대해 신 실장은 “그렇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국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한 의원과 신 실장의 대화를 “신종 북풍 몰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한반도까지 끌고 오려는 것이냐”며 “김건희 여사 이슈를 덮으려고 ‘전쟁 사주’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