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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37년 만에 최저임금 정하는 방법 바꾼대요···그런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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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깊이보기]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정부, 연구회 발족···개편 나선 이유와 우려

경향신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8일 서울 영등포구 ‘SWITCH22’에서 열린 ‘최저임금 제도개선 연구회’ 킥오프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노동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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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이면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됐다는 뉴스가 나옵니다. 최저임금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알고 계신가요? 고용노동부 장관은 매년 3월 말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 최저임금 결정을 요청합니다. 최임위는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 추천 전문가(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되는데요. 최임위는 생계비나 임금실태 등 자료를 분석하고 논의를 거쳐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합니다. 노동부 장관이 이를 고시하면 최저임금이 최종 확정됩니다.

정부가 최근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개편하겠다고 나섰습니다. 8일에는 학계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 제도개선 연구회’를 발족시켰습니다. 최저임금 결정 방식 개편 시도는 제도 도입 후 37년 만에 처음입니다. 정부는 왜 개편에 나선다는 걸까요? 우려의 목소리는 없을까요? 최저임금 결정 방식을 둘러싼 여러 이야기를 알아봅니다.

 기사 목차

① ‘제도개선’ 이야기 나온 배경은?
② 과거 개편 논의는 어떻게?
③ 해외는 어떻게 최저임금 정할까?
④ 경영계는 ‘신중’ 노동계는 ‘반발’
※ 더 알아보려면


① ‘제도개선’ 이야기 나온 배경은?


정부는 지금의 최임위 논의가 지나치게 소모적이며 비효율적이라고 봅니다. 김문수 노동부 장관은 이날 연구회 킥오프 회의에서 “최임위는 합리적 기준을 바탕으로 연구·조사와 대화를 통해 적정 수준을 찾기보다는 소모적인 갈등만 증폭되고 있다”며 “현재의 결정방식과 기준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런 비판은 예전부터 제기돼 왔습니다. 최임위는 명목상 서로 회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가는 구조인데, 실제로는 노동계와 경영계의 요구안이 너무 달라 이견이 좁혀지지 않습니다. 통상 노동계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경영계는 동결을 주장합니다. 결국 밤샘 샅바싸움 끝에 투표로 최저임금이 결정되곤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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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12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1차 전원회의가 끝난 뒤 이인재 최저임금위원장이 자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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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문제는 논의가 너무 길어진다는 점입니다. 최임위가 기한(심의요청 후 90일) 안에 심의를 마친 건 9번, 노사가 합의한 것은 7번에 불과합니다. 기한을 한참 넘겨 밤샘 회의를 마치고 새벽에야 최저임금을 투표로 의결하는 게 일반적인 풍경입니다.

두 번째 문제는 투표에서 정부 측 공익위원들이 사실상 결정권을 쥔다는 점입니다. 통상 노동계와 경영계의 표가 9:9로 갈리기 때문에 공익위원들이 ‘캐스팅보트’가 되는 겁니다.

투표에 오르는 금액도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심의촉진구간’에서 결정되곤 하는데, 이 구간 설정도 자의적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계속 제기돼 왔습니다. 공익위원을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공정성과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② 과거 개편 논의는 어떻게?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논의는 어떻게 진행돼 왔을까요? 2018년 국회입법조사처의 ‘최저임금 결정방식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를 보면, 현재까지 제기된 방안은 크게 3가지로 압축됩니다. 첫 번째는 공익위원을 노·사단체나 국회가 추천하도록 해 전문성·공정성·중립성을 강화하자는 방안입니다.

두 번째는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이원화’하자는 방안입니다. 공익위원들이 먼저 상·하한선을 정하고, 노·사·공익위원이 참여하는 위원회에서 이 상·하한선 안에서 최저임금을 정하자는 겁니다. 지금의 ‘심의촉진구간’을 아예 제도화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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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가 지난 5월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리고 있다. 정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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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안은 2019년 정부가 추진한 적도 있습니다. 당시 경영계는 환영했지만, 노동계가 ‘노동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반발하면서 무산됐습니다.

입법조사처가 분석한 세 번째 방안은 최저임금 결정 권한을 아예 국회로 넘기는 겁니다. 이 같은 내용의 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된 적도 있지만 통과되지는 못했습니다.

③ 해외는 어떻게 최저임금 정할까?


다른 나라는 최저임금을 어떻게 결정하고 있을까요? 최저임금 결정 구조는 크게 ①의회가 결정(미국, 브라질 등) ②정부가 결정(프랑스, 중국, 베트남,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③별도 위원회가 결정(독일, 영국, 태국, 일본 등) ④단체협약에 따라 결정(그리스, 이스라엘 등) 등 네 가지로 나뉩니다. 정부가 결정하는 국가들도 대부분 노동계, 경영계와 협의하거나 의견을 듣는 절차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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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가 5월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리고 있다. 정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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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처럼 별도 위원회 결정 구조를 갖는 국가들은 표결에서 과반 득표가 없는 경우 위원장이 의결(독일)하거나, 위원 합의 실패 시 정부가 결정(벨기에)할 수 있도록 합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해 2개의 협약(제26호 최저임금결정제도협약, 제131호 최저임금결정협약)을 두고 있습니다. ILO는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는 노·사단체와 기관이 참여해야 하고, 노·사의 인원수는 동등해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두 협약을 비준하고 있습니다.

④ 경영계는 ‘신중’···노동계는 ‘반발’


정부의 이번 제도 개편에 대한 노·사 양쪽의 시각은 어떨까요? 경영계는 ‘신중’ 모드입니다. 최임위 참여 주체 가운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연구회가 발족 단계인 만큼 지켜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제도 개선 논의가 노동계와 교감 없이 이뤄졌고, 노동계 대표자가 연구회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크게 비판하는 내용입니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의 결정, 제도개선 등을 하기 위해서는 관련 주체들의 충분한 의견수렴은 필수적으로 거쳐야할 당연한 과정”이라며 “노동계와 어떤 사전 공감대도 없이 일방적으로 연구회 발족을 강행한 노동부에도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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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동연대회의 소속 활동가들이 지난 6월2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모든 노동자에게 평등한 최저임금 적용을 요구하는 최저임금 차별 논의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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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는 이번에 발족한 연구회 전원이 최임위 공익위원 경험이 있고, 일부 연구자들은 노동계가 반대하는 이번 정부 노동정책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됐다는 점도 지적합니다. 민주노총은 “공익위원 일부가 (노동시간 개편안을 설계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활동을 하며 윤 정권 입장에 섰다”고 했습니다.

한국노총은 “몇몇 위원은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자의적인 산식을 통해 물가 인상률보다도 낮은 저율의 최저임금 결정을 주도했다”며 “객관적이지도 중립적이지도 않은 인사들이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했습니다.

‘정부 입맛대로’ 제도를 개선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 제도 개악을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습니다. 민주노총은 “민주노총을 배제하고 연내 발표하겠다는 연구결과는 휴짓장 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 더 알아보려면

최저임금은 결정구조 외에도 여러 쟁점이 있습니다. 올해 최임위에서는 그동안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못했던 플랫폼·특수고용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설정이 처음으로 언급됐습니다. 실질적으로 임금 삭감을 부른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 소규모 사업장의 최저임금 미준수도 매번 문제가 제기됩니다. 경영계는 ‘업종별 차등적용’을 꾸준히 주장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나보세요.


☞ 올해 최저임금 심의가 달랐던 점…‘도급제 노동’ 최저임금 첫 논의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407121612001



☞ [단독]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4년째 시급 8000원, 여기서 ‘주 69시간’?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3201553001



☞ [다시, 최저임금④]비임금 노동자 800만…“최저임금 적용범위 확대도 중요”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305101656011



☞ [단독]최저임금 미지급 신고 절반이 ‘5인 미만’…“근로감독은 따로 놀아”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407081455001



☞ 최상목 부총리 “최저임금 지역별·업종별 다양화 공론화 필요”
https://www.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409301850001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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