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2층 한 카메라 매장. 2000년대 출시돼 현재는 단종 된 캐논·니콘 ·소니 등의 오래된 디지털카메라들이 전시돼있다. 카메라 본체와 배터리, 메모리 카드, 충전 케이블 등을 포함해 15만원 선에서 팔린다. 이날 매장을 찾은 직장인 박세연(31) 씨는 “원래 필름 카메라를 쓰다가 최근 필름 값이 비싸져서 비슷한 느낌을 낼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를 쓰고 있다”라며 “캐논 카메라가 있는데 새 걸 보러 왔다”고 했다.

서울 종로 세운상가 카메라 매장의 구형 디지털 카메라. 사진=노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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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요즘 외국인들도 종종 찾는 핫플(명소)이다. 필리핀에서 여행 온 차 니콜(17)은 “이곳이 카메라가 많다고 해 왔다”라며 “디카로 사진을 찍으면 스마트폰과 다른 빈티지한 느낌과 향수를 준다”라고 했다. 카메라 매장 주인 남모씨는 “아이돌이 들고나오는 모델을 찾는 젊은 손님들이 많다”라며 “작년에는 하루 15~20명 정도였다면 요즘엔 10명쯤 온다”라고 했다. 옆 매장 주인 이모씨는 “10~15년 된 구형 모델들이 하루 5~6대꼴로 나간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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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대 유물 귀한 대접, 왜

스마트폰 시대에 자취를 감췄던 구형 전자기기가 때아닌 관심을 받고 있다. 2000년대 일명 ‘똑딱이 디카’로 불리며 삼성테크윈·올림푸스·캐논·니콘·소니 등 브랜드가 출시한 콤팩트 디지털카메라가 대표적이다.

서울 종로 세운상가 카메라 매장의 구형 디지털 카메라. 사진=노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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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서 ‘디카’를 키워드로 검색하니 1만개 넘는 매물이 확인됐다.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SNS에도 관련 해시태그로 생성된 콘텐트가 넘쳐나며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다. 30대 남성 A씨는 지난 8월 당근마켓에서 일본 리코가 2007년 출시한 모델을 7만5000원에 샀다. 그는 “카메라를 작동하다 보면 나는 특유의 기계음이 정겹다”라며 “흐릿하지만 포근한 색감 사진을 얻을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Y2K(2000년대) 트렌드가 유행하면서 빈티지 디지털카메라가 하나의 아이템으로 떠올랐다”라며 “MZ 세대가 카메라를 통한 촬영과 기록의 즐거움을 새롭게 알게 되면서 최근 출시되는 고성능의 다양한 카메라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지난해 걸그룹 뉴진스의 ‘디토(Ditto)’ 뮤직비디오에서 구형 캠코더가 등장, Z세대 감성을 자극했고 여기에 국내외 유명 연예인이 SNS에 디카로 찍은 사진 등을 올리며 열풍이 번졌다. 국내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해 뉴욕타임스는 “20년 된 디지털카메라가 Z세대의 가장 인기 있는 가젯(전자기기)이 됐다”라며 “스마트폰과 자라 카메라가 필요 없어진 이들이 스마트폰에서 벗어나 휴식을 찾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서울 종로 세운상가 카메라 매장의 구형 디지털 카메라. 사진=노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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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 입장에서 레트로적 감성은 경험해 보지 못한 독특한 것”이라며 “궁금증도 있고 이를 통해 힐링의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첨단 기술로 모든 것과의 연결이 일상이 된 시대에 피로를 느낀 이들이 극도로 단순한 기능에 매력을 느낀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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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사전도 소환

사양길을 걸었던 전자사전도 최근 학습 목적 수요가 생기며 명맥을 잇고 있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전자사전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와 비교하면 속도나 배터리 등에서 불편감은 있지만, 꽤 만족스럽다는 후기도 종종 올라온다. 초등학생 5학년 아들을 키우는 A씨는 “아이가 영어 공부할 때마다 스마트폰이나 PC로 단어를 찾았었다”라며 “전자사전을 쓰니 광고나 다른 곳으로 빠지지 않아 훨씬 공부에 집중을 잘하고 시간도 절약된다”고 말했다.

현재 새 제품으로 판매되는 전자사전은 대만 업체인 베스타 것이고 대부분 단종돼 중고 플랫폼을 통해 거래된다. 서울 용산 전자랜드에서 전자기기를 팔고 있는 매장 주인 B씨는 “사전에 들어가는 콘텐트는 크게 변화할 게 없어 신모델이 나오는 건 아니다”라며 “상대적으로 최근 나온 베스타 모델이 30만원 중반대, 아이리버 구형 모델은 20만원대에서 팔린다. 학생이나 유학가려는 분들이 주로 찾는다”라고 했다.

황수연·노유림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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