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4 글로벌 혁신을 위한 미래대화‘에서 이상혁(페이커) 선수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윤예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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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e스포츠의 역사를 쓰고 있는 T1의 이상혁(페이커) 선수가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라며 “지금이 전성기”라고 말했다.
페이커는 20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4 글로벌 혁신을 위한 미래대화’에 참석했다. 이 행사는 공공외교 분야 의제를 발굴하기 위해 외교부가 2020년부터 매년 개최해 온 ‘대중과의 소통 포럼’이다. 페이커가 행사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참석 문의가 빗발친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커는 이날 T1의 유니폼을 벗고 말쑥한 양복 차림으로 연단에 올랐다. 그는 “페이커로 알려진 이상혁이다”라며 “연설은 처음 한다”라고 운을 띄웠다. 그는 “불과 3주 전만 해도 수만명 앞에서 게임을 했었는데, 오늘 많은 사람 앞에 서니 긴장이 되고 살면서 가장 떨리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페이커는 이날 준비한 연설문을 읽지 않고, 본인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이어 나갔다.
◇ “실패는 작은 성공… 승부욕의 모난 면 깎아내”
페이커는 이날 ‘실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오늘 (청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메시지 중 하나는 도전정신이다”라며 “2014년도에 데뷔해 롤(리그오브레전드·LoL)이라는 게임에서, 축구로 치면 월드컵 같은 대회에서 3번 우승했다. 그때부터 ‘나는 프로게이머를 할 운명이었나보다, 하기 잘했다’라고 생각했다. 내가 최고니까 더 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그 다음 우승한 것이 2023년이었다. 7~8년의 시간 동안 많은 실패를 겪고, 계속 실패를 하니까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나는 항상 성공할 수 없겠구나(라고 생각했다)”라며 “실패를 하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이 20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외교부 주최로 열린 '2024 글로벌 혁신을 위한 미래대화'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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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커는 “나는 승부욕이 강하다. 처음 경기에서 패배했을 때 분풀이를 하기도 했다”라며 숙소에서 소파를 때린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계속 패배를 하다 보니, 그 승부욕이 나를 항상 승리로 이끌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마음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승부욕의 모난 면을 깎아내면서 (어떻게) 계속 나를 발전시킬 수 있을까 고민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실패가 모여 자신을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페이커는 “실패라는 어감 자체가 부정적인데, 지금 생각해 보면 실패로부터 성장할 수 있었고 지금이 전성기라고 느낀다”라고 느꼈다. 프로게이머의 수명은 6~7년 정도지만, 페이커는 10년 넘게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그는 “민약 오늘 경기를 지더라도 ‘이것은 작은 성공이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 남에게서 배우는 ‘겸손의 자세’ 강조
페이커는 또한 배움과 성장의 핵심 가치는 ‘겸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겸손’이 자기 자신을 낮추는 ‘공손’이 아니라,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남들을 보면서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요즘 혐오나 그런 것들을 봤을 때 개인적으로 안타깝다”라며 “본인의 가치관이 시대적으로 항상 옳을 수 없는데, 어떻게 그게 바르다고 가정하는지 조금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1996년생인 페이커는 e스포츠 게임단 T1의 주장을 맡고 있다. T1은 최근 리그오브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다섯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페이커는 개인으로는 결승전 MVP를 차지하는 등 명실상부 ‘GOAT’(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 선수)에 올랐다.
20일 오전 서울 중국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4 글로벌 혁신을 위한 미래대화‘에서 이상혁(페이커, 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선수 등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윤예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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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커는 아마추어로 활동하다가, 2013년 T1의 전신 ‘SKT T1′이 창단되며 미드라이너로 입단, 현재 닉네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데뷔 첫해에 국내 리그인 2013 LoL 챔피언스 서머를 제패하고 롤드컵에 출전, 우승을 거머쥐면서 ‘로열로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페이커는 e스포츠가 첫 공식 종목으로 선정된 지난해 항저우(杭州) 아시안게임에서 국가대표팀 주전 선수로 나서 결승전에서 개최국인 중국 국가대표팀을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페이커는 선수 생명이 짧은 e스포츠계에서 11년간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페이커가 받는 연봉 액수는 국내 프로게이머 중 최고 액수인 100억원대로 추정된다. 그는 T1 입단 이후 한 번도 팀을 옮기지 않으면서 구단의 성장 역사를 함께했다.
윤예원 기자(yewon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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