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언론인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훈련받는 북한군의 모습이라며 짧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텔레그램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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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군이 러시아 현지 공수여단과 해병대에 배속됐고, 이 중 일부는 쿠르스크 전선에 투입됐다고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이 2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보고했다.
정보위 여야 간사인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과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11군단(폭풍군단)이 중심이 된 파병군 약 1만1000명이 러시아 동북부에서 현지 적응훈련을 마치고, 10월 하순께 쿠르스크에 배치된 것으로 국정원이 파악했다”며 “이들은 러시아의 공수여단 및 해병대에 배속돼 전술 및 드론 대응 훈련을 받고 있으며, 일부는 전투에 참여했다고 보고 받았다”고 전했다.
쿠르스크 지역은 우크라이나가 지난 8월 기습적으로 국경을 넘어 점령한 러시아 서남부 지역이다.
또한 이 의원은 “북한군이 최전선에 참여한 만큼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일부 언론에 나온 사상자·포로·투항자 여부에 대해선 국정원이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의 무기 운용 병력도 같이 파견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1만1000여 명이라는 숫자는 유동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정보위 회의에선 지난 4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깜짝 면담’한 사실도 언급됐다.
박 의원은 “최 외무상이 체류 일정을 연장하면서까지 만나자고 했을 정도였다”며 “국정원의 분석 결과는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과시할 목적의 회담이었다”고 전했다.
조태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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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의전적 면담이 아니라 상당히 중요하고 민감한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를 직접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러시아를 방문했고,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월 북한을 답방해 당시 김 위원장을 “귀빈”으로 칭하며 재차 초청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북한이 러시아에 군수물자를 추가로 지원한 현황도 파악됐다.
국정원은 “북한이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 등 장사정포를 러시아에 추가 수출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러시아가 기존에 사용하지 않았던 무기”라고 보고했다.
북한의 240㎜ 방사포(최대 사거리 65㎞)와 170㎜ 자주포(최대 사거리 55㎞)는 휴전선 인근에서 쏘면 서울 북부를 비롯한 수도권 타격이 가능할 정도의 화력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 국정원은 “앞으로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어떤 무기나 장비, 기술을 받아올지에 대해 밀착해서 주시하도록 하겠다”고 보고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한 데 대해서도 평가가 이어졌다. 이 의원은 “이를 기점으로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핵 교리’를 수정했다”며 “서방 세계를 향해 ‘우리를 얕잡아 보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번 미사일 발사가 미국의 외교안보적 전략도 있겠으나, 정무적 판단이 개입됐을 수도 있다”며 “국정원이 트럼프 신(新)정부와 바이든 현(現)정부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겠다고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선 우크라이나 전쟁 참관단 파견에 대한 질의도 있었다. 정보위 관계자는 “국정원이 우리나라의 정보 역량을 크게 증대시키고, 국가 안보를 위해 참관단 파견을 검토해볼 가치가 있다며 ‘우크라이나와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취지의 보고를 했다”고 전했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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