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대법원 모습.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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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6000억원대 펀드 환매 중단을 일으킨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로 재판에 넘겨진 펀드 판매사 케이비(KB)증권이 대법원에서 벌금형을 확정 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케이비증권에 벌금 5억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전·현직 임직원 4명에게는 징역형의 집행유예 또는 형의 선고유예를 확정했다. 직무상 알게 된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이득을 취한 개인 비리 혐의가 있는 김아무개 전 팀장에게는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케이비증권과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들은 ‘에이(A)등급 우량 사채 등에 투자’하겠다는 라임의 펀드가 투자제안서 내용과는 다르게 무등급 사모사채 등에 투자된 정황을 알면서도 이를 감추고 이 펀드에 편입되는 167억원 상당의 자펀드를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라임 펀드를 포함한 11개 펀드를 판매하면서 투자자들에게 판매 수수료가 없다고 소개하면서 실제로는 라임 등 자산운용사로부터 받는 티알에스(TRS·총수익스와프) 수수료에 가산해 우회적으로 수수료를 취득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또한 임직원들이 부정거래 등 범행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증권사가 주의 및 감독 의무를 소홀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라임펀드의 부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펀드를 판매한 혐의 △라임자산운용의 불법 운용에 공모 내지 관여한 혐의 △라임자산운용의 일부 펀드의 사기적 판매에 가담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이들이 펀드를 판매하면서 수수료를 받지 않는 것처럼 허위 표시하고 펀드 판매 수수료를 우회 수취한 점은 유죄라고 판단해 전·현직 임직원 4명에 징역형 집행유예 또는 선고유예형을 내렸다. 독 의무를 소홀히 한 케이비 증권의 책임도 인정해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1심 재판부와 같이 수수료 우회 수취 혐의만을 유죄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케이비증권은 국내 굴지의 대형 증권사로서 업무 수행 과정에서 저지를 수 있는 위법행위 방지를 위해 필요한 내부 시스템을 충분히 구비하지 못하고, 주의·감독 의무를 게을리했다”고 봤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며 이를 확정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