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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미국 도움 없이 방어할 수 있나…트럼프 맞이할 유럽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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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러시아와 중국이 북극에서 첫 번째 군사훈련을 실시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후 러시아는 군대를 재건할 시간을 확보했다. 미국의 관심이 중국 견제로 옮겨간 사이 중국은 유럽을 종이 호랑이로 보기 시작했다. 러시아가 북극 대륙붕에 대한 지배권을 확대한다 발표하자 중국이 이를 지지하고 러시아는 중국의 남중국해 지배권을 인정한다. 중-러 연합군이 노르웨이의 스발바르 군도를 침공한 가운데 미군의 지원 부족으로 노르웨이가 전략적 요충지를 잃는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핵 보복과 스발바르 통제권 양도 사이에서 고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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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13일 브뤼셀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본부에서 기자회견에 앞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그는 이날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여에 강경한 대응이 필요하며, 미국은 분명히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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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군 전 사령관인 데이비드 리처드 장군과 네덜란드 국방 아카데미 교수 줄리안 린들리-프렌치가 쓴 신작 '전략으로부터의 후퇴'에서 발췌된 시나리오다. 25일 영국 언론매체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후 유럽이 직면할 안보 위협과 딜레마 세 가지를 짚었다.

유럽 지도자들은 나토가 안보 비용을 늘리지 않으면 "러시아가 침략하게끔 '독려'(encourage)하겠다"고 밝힌 트럼프의 취임이 임박하자 전처럼 미국의 전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아예 지원받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전쟁 시나리오를 다시 짜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나토는 '새로운 군대 모델'에 따라 10일 이내 10만명 이상의 병력을 배치해야 한다. 이전보다 2배 많고 5일 빠른 병력 목표다. 하지만 나토 동맹국들이 미국의 군사적 역량과 리더십 없이 이를 수행하는 것은 또 다른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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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의 비공개 장소에 있는 분석 센터에서 한 기자가 지난 21일 드니프로를 강타한 러시아 로켓 파편을 살펴보고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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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약 비축, 운송 및 물류 등 지난한 전쟁 지원 역량은 미국을 제외하곤 어떤 국가도 대규모로 해보지 않은 일이다. 연료 보급 없이 75톤의 장비를 450km 운반하는 미국산 C17 화물기 함대는 사실상 대체가 불능이다. 미국산 F-35도 나토 전투 항공 전력의 핵심이 됐다. 유럽연합(EU)의 한 외교관은 "돈은 찾으면 된다. 우리가 찾을 수 없는 건 미국이 가진 장비"라고 말했다.

유럽 방위산업의 비효율성도 나토가 넘어야 할 산이다. 전투기, 탱크, 구축함 등 주요 무기 시스템의 11가지 범주에서 미국은 32가지 유형의 시스템을 보유한 반면 유럽은 172가지 시스템이 난립한다. 이처럼 표준이 다른 무기 시스템은 상호 운용성을 제한하고, 물류 악몽을 야기한다고 FT는 전했다. 이탈리아 방산 기업 핀칸티에리의 CEO(최고경영자) 피에로베르토 폴지에로는 "유럽은 방산 플랫폼이 너무 많다. 합종연횡하려면 가입국들의 정치적 의지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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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토니 라다킨 영국군 합참의장,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군 총사령관괴 회의를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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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유럽을 지원하지 않거나 지원을 줄일 경우 리더십 부재도 문제다. 나토의 최고 사령관은 항상 미국인이었다. 전직 영국 RAF 공군 원수인 에드워드 스트링거는 "다른 모든 가입국들을 (지금까지) 앞으로 끌어낸 것은 미국의 군사 패권 리더십"이라고 밝혔다.

유럽의 방위 산업도 속도는 내고 있다. 현재 유럽은 미국보다 더 많은 포탄을 생산한다. 유럽 다국적 기업으로 스톰섀도 미사일을 생산하는 MBDA는 올해 미국 레이시온과 함께 55억달러 규모의 합작투자를 시작, 독일에서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을 생산한다. 하지만 러시아도 가만 있지 않는다. 북한으로부터 용병 1만2000명을 얻었고 이란으로부터는 드론 등 무기까지 공수하고 있다. '우리(유럽)에겐 동맹이 있고 러시아에는 없다'는 속담은 이제 옛말이라고 FT는 꼬집었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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