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서울 성신여자대학교 정문 앞에서 열린 성신여자대학교 학생·동문 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 성신여대 민주동문회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등을 촉구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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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들 시국선언에 학우들의 지지 포스트잇이 많이 달렸어요. 제가 모르는 학우들 목소리가 참 반가웠습니다.”
고려대 생명공학부 재학생 노민영(20)씨는 지난 25일 ‘침묵을 깨고 함께 외칩시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개인 명의로 학교에 붙였다.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학생 시국선언에 동참을 호소하는 글이다. 교수들이 이름을 걸고 내놓은 시국선언, 그 위에 덧붙은 학생들의 ‘응원’은 자극이 됐다. 그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그냥 포스트잇으로 남겨두고 싶지 않아 시국선언을 해보려 대자보를 썼다”고 말했다.
교수들이 시작한 대학가 시국선언에 학생들도 호응하고 있다. 전국 20개 대학에 지부를 둔 윤석열퇴진대학생운동본부는 26일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자보를 전국에 150여장 붙였고 앞으로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성신여대 재학생과 동문 51명도 이날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냈다. 이들은 “지지율은 10%대로 주저앉고 탄핵 여론이 70%에 육박하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평가는 모두 대통령이 자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성신여대 1학년 전수민씨는 “앞으로 제가 살아갈 날들을 위해, 앞으로 계속 들어올 후배들을 위해 탄핵에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다.
최근 학생들의 대통령 퇴진 주장은 총학생회가 중심이 돼 학생 전체 의견을 대표하는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방식보다, 개인이나 학과 차원에서 학생들이 의견을 내고 온라인 등을 통해 연대 범위를 넓히는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방식이 특징이다.
고려대생 노씨는 개인 명의의 대자보를 붙이며 시국선언문 연명 참여 양식으로 연결되는 정보무늬(QR)코드를 적었다. 노씨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같은 뜻을 가진 학우들을 모으고 싶었다. 하루만에 80여명이 모였다”고 했다. 서울대에서도 ‘불공정과 비상식의 대명사, 윤석열 동문의 퇴진을 촉구한다’는 제목의 익명 대자보가 먼저 나붙었다. 전날 숭실대학교에서 나온 시국선언문은 정치외교학과 학생 50명 명의였는데, 이들은 “함께 목소리 내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저항해야 합니다”라는 문장을 적어 넣으며 동참을 요청했다.
김종영 경희대 교수(사회학)는 “과거처럼 총학생회가 아닌 개인이나 작은 단위가 시작하는 공론화 방식은 파편화로 보일 수도 있지만, 탈중심화 또는 다원화한 대학 사회의 모습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26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 후문에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시국선언 대자보가 붙어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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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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