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아라 베르사니의 ‘애니멀’. 모두예술극장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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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출신 키아라 베르사니는 공연 예술가, 안무가다. 아울러 장애 여성이다. 골형성부전증을 가진 그의 키는 98㎝다.
무대 위 그의 움직임이 비장애인 무용수를 방불케 할 수 있을까. 베르사니는 자신의 언어를 새로 배워달라고 요구한다. 클래식 음악, 발레, 연극을 이해하기 위해 해당 예술의 언어를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베르사니는 “당신이 나를 해석하는 것이 아닌, 내가 나를 이해하는 방식을 보여줄 것이다. 세상이 바라보는 나의 이미지는 내가 결정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베르사니가 28일 서울 모두예술극장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29·30일 <젠틀 유니콘>, 12월4일 <덤불>, 12월 6·7일 <애니멀> 공연을 앞두고 마련된 자리다.
대학에 다니던 19살, 베르사니는 연극 워크샵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자신을 집으로 데려다주는 운전기사에게 “집 대신 극장으로 데려다 달라. 오늘 밤 집에 가는 방법은 내가 찾겠다”고 말했다. 집 밖에선 휠체어 아래로 내려온 적이 없다는 그는 자신의 몸이 무대에서 휠체어 없이도 견딜 수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베르사니는 “항상 세상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을 찾아왔다. 이후 무대가 그 방법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키아라 베르사니의 ‘젠틀 유니콘’. 모두예술극장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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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사니의 작업이 처음부터 쉽게 이해받은 것은 아니다. 베르사니는 “내가 처음 작품을 공개했을 때, 비평가들은 내 몸이 내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비평가들이 본 것은 예술가가 아닌 장애인이었다. 베르사니는 “고전적인 무용의 언어로는 내 작품을 해석할 수 없다. 내 무용은 기존의 무용과 다를 뿐, 훈련 방법과 도구가 있다”며 “비평가, 대학과 대화해가면서 내 작품에 대한 비평의 언어가 확장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대표작 <젠틀 유니콘>은 오랜 시간 숭상됐지만 정작 ‘발언권’은 없었던 상상의 동물 유니콘을 당사자 발언이 배제된 채 종교적·문화적으로 의미가 부여된 장애인의 신체에 빗댔다. 유니콘이 목소리를 되찾는 퍼포먼스를 통해 장애인의 신체가 사회와 관계 맺는 방식을 탐구한다. <덤불>은 코로나 시기 한 숲에 봉쇄령이 내려졌다는 소식에 영감을 받아 장애와 자연의 관계를 물은 작품이다. <애니멀>에서는 걸작 발레 ‘빈사의 백조’를 느리고 미세한 움직임으로 재해석했다.
베르사니는 “우리를 위해 준비된 공간뿐 아니라, 준비되지 않은 공간으로도 활동의 폭을 넓히는데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며 “활동의 폭을 넓히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러분이 볼 수 있게 저를 내놓은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낍니다. 보는 사람, 보이는 사람 사이에 형성되는 담론의 어휘를 알려드려야 합니다. 요양원에서, 침대에 누워서 커뮤니케이션 하지 못하는 사람을 대신해서도 이렇게 목소리를 높입니다.”
베르사니는 한국 체류 기간 중 음악가, 무용가, 서울예대 학생과 워크샵도 연다.
안무가 키아라 베르사니. 모두예술극장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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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모두예술극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키아라 베르사니. 모두예술극장 제공 |
백승찬 선임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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