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3 (화)

'성탄절 선물' 없었다…여야의정 협의체 출범 3주 만에 가동 중단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the300] 정부·여당 "여야의정 협의체, 당분간 휴지기 갖기로"…의료계 "정부가 더 진정성 보여야"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오른쪽)과 이종태 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의·정 협의체 4차 회의를 마치고 협의체 참여 중단 의사를 밝히고 있다. 2024.1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의대 정원 확대 등 의료 개혁 추진에 따른 정부와 의료계 갈등을 해소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여야의정 협의체'가 출범한 지 20일 만에 활동을 중단하며 사실상 '좌초'됐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당분간 회의를 중단하고 '휴지기'를 갖는 것이라고 한 반면 의료계는 협의체 참여를 중단하겠단 입장을 고수했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의정 협의체' 4차 회의를 마치고 "의료계에서 2025년도 의대 정원 변경을 지속해서 요청해왔지만, 입시가 상당히 진행된 상황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였다"며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협의체는 당분간 공식적인 회의를 중단하고 휴지기를 갖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합의된 회의 재개 날짜는 없다"며 "휴지기에도 정부와 여당은 필요하다면 의료계와 대화를 지속해서 할 것"이라고 했다.

의료계 대표로 협의체에 참여한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은 "정부와 여당이 이 사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지금, 대한의학회와 KAMC(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는 협의체 참여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참담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정부가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것을 촉구하기 위한 단호한 결단"이라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드라이브를 걸었던 여야의정 협의체는 지난 11월 11일 공식 출범한 뒤 이날까지 4차례 회의를 열고 대화를 이어갔다. 그러나 핵심 의제인 의대 정원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결국 출범 3주 만에 대화를 잠정 중단하게 됐다.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 이진우 대한의학회장, 이종태 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야·의·정 협의체 4차 회의에서 참석하고 있다. 2024.1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앞서 대한의학회 내부에선 애초 이날 협의체 탈퇴를 선언하자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이날 성명을 통해 탈퇴 배경을 설명한 후 나오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의견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의학회와 KAMC가 협의체 참여 중단을 결정한 배경으로는 내년도 의대 정원 축소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은 "대한의학회와 KAMC는 내년 의대 정원과 관련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을 충분히 검토해 구체적인 조정안을 제시했다"며 "입시 일정이 진행되고 있는 급박한 현실에서 유연한 정책 결정을 통해 의정 사태 해결 의지를 조금이라도 보여달라고 간절히 요청했으나 정부는 어떠한 유연성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이들은 내년도 의대 정원 축소 방안으로 △수시 모집 결원 정시 이월 금지 △예비 합격자 정원 축소 △학습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학생 선발 제한권 부여 △모집 요강 내 선발 인원에 대한 대학 자율권 부여 등을 제안했다. 다만 이에 대해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법적인 부분이 걸려있어 어려움이 있다"며 "정부와 여당도 많은 걸 검토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의료계에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경북 국립의대 신설을 약속하면서 협의체 무용론이 확산한 것도 파행의 주요인으로 분석했다. 다만 이 회장은 "개별 사안이 오늘 (협의체 중단) 결정에 영향을 미친 건 없다"며 "수능 성적 발표날(12월 6일) 전까지 정부가 의대 정원에 대한 유연한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마지노선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것이 배경이 돼 더 이상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수석대변인도 "경북 국립의대가 신설된다고 의대 정원이 더 증원되는 것은 아니다. 의대 정원 숫자에 대해선 어떻게 편성할지 논의된 바가 없다"고 했다.

머니투데이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의정 협의체 4차 전체회의에서 한지아(왼쪽 두 번째부터), 김성원,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과 이주호(오른쪽 두 번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진우(왼쪽 다섯 번째) 대한의학회장 등이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왼쪽부터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한지아, 김성원,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 이진우 대한의학회장, 이종태 KAMC 이사장,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2024.12.01. xconfind@newsis.com /사진=조성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협의체가 대화를 잠정 중단하기로 하면서 출범 당시 국민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겨주겠다던 약속은 지켜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여당은 당분간 공식 일정을 중단하는 것일 뿐 물밑 대화를 이어가겠다고 했지만, 의료계에서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정부·여당이 협의체가 '휴지기'를 갖는 것뿐이라고 밝힌 것을 두고 "그건 정부 여당 입장인 것 같다. 저희는 그렇지 않다"며 "의대 정원에 대한 확실한 태도와 정책 변화를 보여주면 그때 가서 다시 판단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올해 안에 여야의정 협의체가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느냔 물음에도 이 회장은 "그건 정부에 달려있다"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이날 협의체가 대화를 중단함에도 정부·여당은 그동안 4차례 걸친 회의를 통해 불신의 벽을 조금이라도 무너뜨리고 신뢰를 회복해나가는 과정을 밟았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대한의학회와 KAMC는 정부가 조건부 없는 의대생 휴학 승인을 받아들인 점을 협의체 대화 성과로 들었다.

한편 정부·여당과 두 단체는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은 야당을 향해 비판하기도 했다. 이만희 의원은 "끝까지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은 민주당에 다시 한번 유감을 표한다"며 "추후 협의체에 참여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른 시일 내 더 많은 의료계 단체와 함께 야당에서도 참여해 대화가 다시 시작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진우 회장도 "야당은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고 수수방관하며 의정 사태 해결에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을 비난하는 모습에 과연 야당이 원하는 결과가 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