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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서울의 봄’ 떠올렸다 …중국에서도 비상계엄 뜨거운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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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SNS 인기 검색어 휩쓸어

교민들은 걱정·부끄러움 토로

“사업목적 출장 취소도 잇달아”

경향신문

상하이 기반 뉴스 플랫폼인 관찰자망 채널에서 4일 오전 1시(현지시간) KBS 생중계 방송과 연결해 한국의 비상계엄 선포 상황을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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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중국 교민들도 불안해하며 뜬눈으로 밤을 지냈다. 중국 주요 포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한국 비상계엄 상황에 뜨거운 관심을 쏟아냈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교민 이모씨(52)는 4일 “유튜브와 PC의 여러 채널로 한국 상황을 지켜보느라 새벽 4시까지 못 잤다”고 말했다. 이씨는 “군인들이 국회 창문을 깨고 총을 들이미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됐지만 군인들이 물러나지 않아 잠들 수가 없었다. 군인들이 물러갔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안심이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만약 내가 서울에 있었다면 국회 앞으로 달려가 특전사들과 몸싸움을 할 수 있었을까’ 생각을 했다”며 한밤중 국회 앞으로 달려간 시민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환율이 치솟아 걱정된다면서 “우리 동네 국회의원만 기억하면서 편하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하이 유학생 양지헌씨(38)는 등교하자마자 친구들의 질문 세례가 쏟아졌다고 전했다. 양씨는 교수도 한국 상황 관련해 깊이 궁금해해서 급하게 자료를 만들어 보내줬다고 전했다.

양씨가 보여준 SNS 타임라인에는 중국인 대학·대학원생들이 앞다퉈 한국 비상계엄 뉴스를 공유하면서 “1980년대를 꿈꾸고 있다” “1970년대 이후 처음 있는 일” “4일 발생한 이 대사건은 한편으로는 ‘갑신정변 3일천하’”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베이징에서 근무하는 한 주재원은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 회의나 비즈니스 출장 취소 문의가 잇따라 이어지고 있다”며 한국 관광이나 사업이 타격받을 것을 우려했다. 질문 세례가 쏟아지는 것이 부담스럽고 부끄러워 당분간 외국인 만나는 것을 피하겠다는 교민도 있었다.

한국 비상계엄 소식은 중국 온라인을 휩쓸었다. 중국중앙TV(CCTV)의 한국 비상계엄 관련 보도 기사는 웨이보에서 436만회 이상 공유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담장을 넘어 국회에 진입하는 모습과 양귀령 민주당 의원이 총을 든 계엄군을 꾸짖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특히 많이 공유됐다.

많은 중국 네티즌들이 비상계엄 관련 뉴스를 보면서 영화 <서울의 봄>을 언급했다. “‘서울의 봄’ 상황이다” “‘서울의 겨울’이 3시간 만에 끝났다”라는 글 등이다.

<서울의 봄>은 중국에서 정식 개봉된 적 없지만 영화 리뷰 사이트에 감상평이 7만 건 가까이 쌓여 있다. 중장년층 사이에서는 이 영화가 ‘톈안먼 항쟁’을 떠올리게 해 은밀하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웨이보 이용자는 한국 뉴스를 다룬 기사의 댓글에 “이미 계엄령 상황이다. 언론과 정치활동의 자유가 없다”는 글을 남겼다. 중국의 상황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집회·시위와 민주화 운동 소식을 전하는 엑스(옛 트위터) 계정 ‘리 선생님은 네 선생님이 아니다’에도 비상계엄 관련 소식이 실시간으로 올라와 게시물마다 수만회씩 공유됐다. 중국어를 사용하는 한 네티즌은 엑스에 “민주주의적 제도가 권위주의적 성향을 이겼다”라고 적었다.

사태의 진정과 평화를 기원한다는 목소리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베이징 하이뎬구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뉴스를 보고 믿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가짜뉴스인 줄 알았다”며 “시민들이 아무도 안 다치고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SNS에서도 사태가 평화롭게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글들이 올라왔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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