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형·고문·성폭행 흔적 그대로
수감 이유 모른 채… 3만여 명 사망
세드나야 감옥에서 발견된 끝이 올가미 모양으로 묶인 밧줄.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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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의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반군에 축출된 후 이 정권이 정치범들을 수감했던 감옥의 참상이 드러났다. 시뻘건 밧줄부터 대형 철제 압축기까지 수감자들의 고통을 떠올리게 하는 끔찍한 고문 도구들이 그대로 발견됐다.
9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 등 여러 외신에 따르면 반군 등이 다마스쿠스 인근 세드나야 감옥을 촬영한 영상에는 교수형·고문·성폭행이 자행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대형 철제 압축기와 바닥에 버려진 붉은색 긴 밧줄, 끝이 올가미 모양으로 묶인 끈 등이다. 일부 외신은 철제 압축기에 대해 “사람 뼈를 부수는 데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시신 분쇄에 사용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세드나야 감옥에서 발견된 버려진 옷가지들과 대형 철제 압축기. 맨 오른쪽은 어머니와 함께 갇혀있던 어린아이. /X(옛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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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 지하에 있는 독방은 썩은 물로 가득 차 있었다. 수감자들은 돌바닥이 피와 땀으로 흥건한 어둠 속에 갇혀있어야 했다고 증언했다. 허락 없이 말하거나 잠을 자면 담요와 옷이 압수되고, 함께 갇힌 친척끼리 서로를 고문하라는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처형당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지난 8일 다마스쿠스를 장악한 반군은 수감자들을 석방했다. 이 과정에서 풀려난 한 수감자가 뼈가 부러져 걸을 수 없자 엉덩이를 바닥에 댄 채 몸을 질질 끌며 이동하는 모습도 찍혔다. 어머니와 함께 갇혀있던 어린아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감옥을 빠져나오는 순간도 포착됐다.
세드나야 감옥은 알아사드 정권이 행한 폭압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곳이다. 주로 정권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끌려온 정치범들이 수감됐다. 대부분이 잡혀온 이유를 몰랐으며 조작된 비밀스러운 재판을 거쳐 투옥됐다. 이후 생사는 가족조차 알지 못했다.
'인간도살장'으로 불릴 만큼 악명 높았던 세드나야 교도소.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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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 중앙에는 끝없이 펼쳐진 나선형 계단이 있고 계단을 둘러싼 쇠창살 뒤엔 각 동으로 이어지는 대형 문이 설치돼 있다. 각 동은 각기 다른 고문에 특화된 공간이며 외부로 통하는 창문은 없다고 알려져 있다. 고문당하는 수감자들의 비명이 복도에 끊이지 않아 ‘인간도살장’이란 악명을 가졌다.
세드나야 감옥 실종자 협회(ADMSP)가 2022년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2011년부터 2018년까지 감옥 안에서 3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된다. 모두 처형되거나 고문과 굶주림, 열악한 의료 시설로 인한 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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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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