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영훈 대한변협 협회장, 총리-여당 대행 체제에 회의론…"특검추천 후보물색 중"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장이 9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에서 열린 '제7회 대한민국 법무대상'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leek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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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권한은 말만으론 대행시킬 수 없다. 건강상태에 대한 의료적 판단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정하는 등 법률상 '사고'의 의미를 명확히 하는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장(사진)은 10일 머니투데이와 한 인터뷰에서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법률적 요건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여권에서 제안한 '총리-여당 대행 체제'에 대한 회의론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나온 지적이다.
김 회장은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계엄선포 즉시 계엄을 해제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문을 발표하고 이튿날 긴급 기자간담회를 통해 계엄의 위헌성을 밝히는 등 이번 사태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 회장은 계엄령 심의를 위한 국무회의 참석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윤석열 대통령 수사에 대해서는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따라 피의자를 체포·구속하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경쟁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또 상설특검을 포함해 변협회장·법원행정처장·한국법학교수협회장이 특별검사 후보를 1명씩 추천하도록 규정한 야권 주도의 '내란 특검'도 수용할 의사를 밝혔다. 대법원장 등 사법부가 비상계엄 당시 명확한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는 일각의 지적에는 내란죄를 최종 판단해야 하는 입장인 만큼 말을 아껴야 했던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회장과 나눈 일문일답.
-총리·여당을 중심으로 한 대통령 권한대행 계획에 대해 위헌 논란이 제기됐다.
▶대통령 담화의 법률적 근거가 부족한데 권한대행 계획은 담화를 바탕으로 나온 상황이다. 대통령의 권한은 말만으론 대행시킬 수 없다. 실행해선 안 된다. 건강상태에 대한 의료적 판단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정하는 등 법률상 '사고'의 의미를 명확히 하는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 '사고'에 해당하는 경우의 수를 확인하고 나서 권한을 대행해야 하는 것이다.
또 정치적인 영역이라 조심스럽지만 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에서 왜 못말렸냐고 비난하는 것은 법적인 면에서 볼 때 표결이 아니었던 만큼 신중한 필요가 있다. 무조건 책임을 지고 내각을 교체해야 한다고 얘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법적 근거 없는 권한이양이 불가하다는 의미인가.
▶법률가 입장에서 곤란한 일이다. 일각에서 요구한 윤석열 대통령 긴급체포도 마찬가지인데 만약 윤 대통령에 대한 인신구속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정상적인 구속영장 발부절차를 따라야 할 것이다. 간혹 법률가들도 정상적이지 않은 긴급체포를 주장해서 곤란한 심정이다.
-내란 혐의 수사에 각 수사기관이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보나.
▶나는 염량세태(세력이 있을 때는 따르고 세력이 없어지면 푸대접하는 세상인심을 이르는 말)라고 생각한다. 수사기관들 경주하는 것 좀 봐라. 잘못된 현상이다. 변협이 교통정리 방안과 바람직한 특검의 범위 등을 연구 중인데 조만간 결론을 낼 예정이다. 법적인 영역이니 우리 의견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특검 추천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수사는 뻔히 예상됐다. 다만 기존에 야권에서 낸 특검안들은 균형이 부족했는데, 대통령이 거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어찌됐든 상설특검도 불균형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지만 균형을 누가 잡아줄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본다. 한편으론 중립성·신뢰성 있는 변협이 중심을 잡겠다고 선언하지 않으면 또 싸움이 날 게 뻔히 보여서 어쩔 수 없이 얘기한 측면도 있다. 그런 부분은 책임을 자임한다.
-특검 후보는 어떻게 물색하고 있나.
▶오늘 각 지방변호사회에 후보 추천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힘든 자리다 보니 일반적인 방법으론 적임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 같아 나도 접촉과 설득을 이어갈 생각이다.
-비상계엄 선포일 자정 무렵 변협이 규탄성명을 냈는데 서둘러 입장을 낸 배경은.
▶당초 선포 다음날 아침에 긴급이사회를 소집할 예정이었지만 계엄군이 국회로 진입하는 모습을 TV로 보고 일정을 앞당겨 성명을 발표했다. 국가가 마비되면서 현 사태를 공적으로 논할 주체가 없어져버린 상태였기 때문이다.
-당시 성명에서 단호한 표현으로 계엄이 위헌 위법이라며 해제를 요구해서 화제가 됐다.
▶시급한 논점은 '국민이 저항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였는데 많은 인원이 국회 앞으로 모이고 있었기 때문에 군경과의 충돌을 막기 위해선 명백하게 계엄의 위헌성을 선언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법률적으론 중대명백설과 관련이 있는데 상황이 긴박해서 '말로서 대통령을 반박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실체적으로나 절차적으로 모두 위헌임이 명확하게 드러났다'처럼 이해하기 쉽고 단호한 문구를 담았다.
-대법원·헌법재판소가 발언을 아끼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사법부 수장은 항상 직접 발언을 내놓기 어렵다. 말을 아껴야 내란죄에 대해 최종 판단을 내릴 때 무게가 실리지 않겠나. 변협은 재판의 주체가 되지 않으니까 미리 얘기할 수 있고 얘기한 것이다.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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