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를 두고 검찰과 경찰, 고위 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가 벌이는 ‘수사 경쟁’에 대한 일선 판사들의 반응이다. 11일엔 검찰을 뺀 경찰·공수처·국방부가 ‘공조수사본부’를 만들었다. 공수처의 영장청구권을 앞세워 검찰과 영장청구 경쟁을 벌일 모양새다. 앞서 공수처는 ‘검찰 영장이 기각될 경우의 예비용’이라며 직접 조사도 하지 않은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영장에 적힌 ‘내란죄’ 성립 여부는 결국 법정에서 다퉈질 수밖에 없다. 형사재판에서 범죄 구성 요건은 ‘엄격한 증거’에 따라 증명해야 한다. 법률상 증거 능력이 있는 증거에 대해 엄격한 증거 조사를 거쳐야 한다. 내란죄의 ‘국헌 문란 목적’ 또한 마찬가지다. TV로 생중계된 내용이라도 권한 있는 수사기관이 제대로 조사하지 않으면 증거로 쓸 수 없다.
그런데 지금은 각 수사기관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수사 권한’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9일 국회 법사위에서 “검찰에 계엄 사건 수사권이 있는지 (법원) 내부적으로도 논란이 있다”고 했다. 내란죄 수사권은 경찰에 있기 때문이다.
법원이 10일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일단 검찰 수사권을 인정했지만 문제는 끝난 게 아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을 긴급체포한 날부터 20일 내에 재판에 넘겨야 한다. 신병은 검찰이 확보했지만 압수물은 먼저 사무실을 압수 수색한 경찰이 가지고 있다. 게다가 공수처는 ‘중복 사건에 대한 이첩 요구권’을 내세워 검찰에 사건을 내놓으라고 한 상태이다. 수사 대상자로서는 ‘위법’을 주장할 소지가 곳곳에 있다. 한 판사는 “재판에서 ‘위법’ 논란에 시달리다 실체 접근을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2016년 ‘국정 농단’ 사건은 검찰이 수사하다 특검 출범으로 이관됐고, 특검 종료 후 검찰이 이어받아 마무리했다. 그 과정에서 큰 혼란은 없었다. 현재의 모습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검찰 개혁’에서 예견된 결과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으로 검찰 수사권은 부패·경제 사건으로 제한됐고 경찰이 대부분의 수사권을 갖게 됐다.
여러 전문가들이 “정치권력의 검찰권 남용을 통제하지 않고 검찰 권한만 쪼개면 충돌과 혼란만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무시됐다. 게다가 검찰 견제를 명분으로 출범한 공수처의 ‘이첩 요구권’은 혼란을 더 키우고 있다. 같은 사람에 대해 구속영장까지 중복 청구하는 모습은 검찰 개혁 명분의 하나인 인권 친화적 수사와도 거리가 멀다.
이 기관들의 경쟁과 충돌은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전이라도 조정을 해야 한다. 계엄령 발동은 현행 헌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비정상적 상황이다. 그에 대한 수사마저 비정상적이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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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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