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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 (금)

‘5분 회의’에 부서(副署)도 없이 선포된 비상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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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 대해 “절차적·실질적 하자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1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 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당시 국무회의에서) 정식 심의가 없었다. (회의록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계엄을 선포하기 전에 거쳐야 하는 국무회의 심의 절차가 졸속으로 진행됐음을 인정한 것이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계엄을 정식으로 건의하는 과정도 “없었다”고 한 총리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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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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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한 총리는 당시 국무회의와 관련해 온라인·오프라인 등으로 부서(副署)한 사실도 “없다”고 했다. 본회의에 출석한 다른 국무위원 중에서도 부서 과정을 봤다는 사람은 없었다. 부서는 법령이나 대통령 국무에 관한 문서에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함께 서명하는 것을 뜻한다. 헌법 82조는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써 하며, 이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그만큼 빠진 요소가 많은 국무회의였고, 수사기관의 조사에서 이 부분이 사실로 입증이 될 경우 계엄의 위헌성 주장이 더 힘을 얻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또 ‘대통령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말렸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의에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라도 했어야 한다”고 답했다.

한편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렸던 국무회의는 단 5분 만에 끝난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실은 국무회의 당시 11명의 참석자들 발언록도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와 관련해 대통령비서실에 요청한 자료를 회신받았다면서 이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대통령실 회신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 관련 국무회의는 3일 오후 10시17분부터 22분까지 5분 간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열렸다. 안건명은 ‘비상계엄 선포안’으로, 제안 이유는 ‘헌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3일 오후 10시부로 비상계엄을 선포하려는 것’이라고 명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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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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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대통령실은 발언요지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회신했다. 윤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회의에서 한 발언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가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국무회의 참석자는 윤 대통령과 한 총리,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11명이었다.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에 따른 국무회의는 대통령실 국무회의실에서 4일 오전 4시27분부터 29분까지 약 2분간 열렸다. 안건은 ‘비상계엄 해제안’이었고 제안 이유는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 가결에 따라 이날 오전 4시30분부로 비상계엄을 해제하려는 것’이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발언요지는 ‘국방부 장관 제안 설명 외 발언 없음’이라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 윤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선포 관련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한 총리와 조 외교·박 법무·김 전 국방·이 전 행안·송 농식품·오 중기장관 7명 이외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완섭 환경부 장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9명이 추가로 참석·배석했다.

행안부 측은 “비상계엄 선포 관련 회신 자료에는 안건 및 발언요지가 포함돼 있지 않아, 지속 추가 요청 중”이라며 “회신받은 공문은 자료 제출 요청에 따라 국회 등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방부에 요청한 비상계엄 선포 관련 안건자료는 ‘자료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회신받았다”고 덧붙였다.

박지원·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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