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대구 시내 초등학교·중학교서 '마음학기제' 전면 시행
대구 지산초등학교에서 김정희 선생님이 '마음학기제' 시범수업을 10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정인지 기자 |
"우울하고 불편한 마음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분은 어떤 활동을 하나요"
대구 지산초등학교 5학년 2반 담임인 김정희 선생님이 묻자 아이들은 앞다퉈 손을 들었다. "침대에 누워서 생각하거나 베개에 얼굴을 묻어요" ,"좋아하는 과자를 먹으면서 유튜브를 봐요" "혀에 불이 날 정도로 매운 걸 먹거나 인형을 막 때려서 스트레스를 풉니다" 등과 같은 답이 줄줄이 나왔다. 김 선생님은 "좋아요. 그럼 이번엔 불편한 감정에 대한 경험을 이야기해볼 거에요. 선생님이 어떨 때 불편한 감정이 드는 지 미리 과제를 내줬는데 다들 (디지털 게시판에) 잘 올려줬네요. 그럼 짝과 대화를 해볼까요"라고 유도했다.
이는 지난 10일 교육부 관계자와 출입기자 등을 대상으로 진행된 '마음학기제' 시범수업의 한 장면이다. 마음학기제는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 학교 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대구시교육청은 초등학교 5학년과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지난해 12곳, 올해 지산초등학교를 포함해 50곳을 선도학교로 선정하고 교육을 시행했다. 내년부터는 대구 시내 모든 초등학교·중학교에서 시행된다. '마음학기제'는 교육부에서 실시한 '2024년 시·도교육청 평가'의 국가시책 추진실적 정성평가 중 '학교 폭력 근절노력'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마음학기제'는 한학기 동안 15차시로 이뤄진다. 심리 정서적 변화가 큰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2학년을 대비해 배우는데, 초등학교는 '나'의 정서조절능력을 키운다면, 중학교는 사회적 '관계'에 초점을 두고 사회정서역량을 함양하는 데 중점을 둔다.
지산초등학교 학생들이 10일 '마음학기제'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정인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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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수업에서는 학급일지 속에서 친구의 고민을 함께 해결해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문화예술경연대회에서 상을 받기 위해 노력했지만 받지 못했다. 너무 속상하고 상 받은 친구가 부럽다' 'OO가 자기 주장이 강해 다른 친구들과 의견 조정이 잘 안 되서 불편하다' 등 아이들이 한번쯤 고민해 볼만한 주제들이었다. 아이들은 4~5명씩 모인 조별로 이에 대한 해결방법을 모색한 뒤 발표하는 시간 진행했다. 이에 공감을 하는 아이들은 엄지 손가락으로 '따봉'을 만들어 높이 치켜올리기도 했다.
김 선생님은 "학교폭력은 서로 이해가 안되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며 "내 마음과 친구의 마음을 이해하고 서로 불편한 감정을 표현하면서 학교폭력이 예방된다"고 말했다. 대구교육청은 올해 1차 학교폭력실태조사에서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 0.9%로 전국 최저를 기록했고, 학교폭력 피해율도 전년 대비 56.6% 감소했다.
김 선생님은 "내성적인 아이들은 전체 발표가 힘들 수 있으니 짝끼리 대화하는 시간을 갖고, 가정에 어려움이 있는 등 보다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은 교육청이 운영하는 위센터(아동·청소년상담센터)의 도움을 받도록 안내한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도 대구 사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정부 차원의 관련 교재 개발과 사회정서역량 교사 연수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대구 지산초등학교에서 '마음학기제' 활동 결과를 전시해놓고 있다. /사진=정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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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교육청은 아울러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갈등 조정과 회복적 대화를 위한 '관계회복지원단', 학교폭력 피해학생 전담지원기관인 '마음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관계회복지원단은 갈등 조정자 연수를 이수한 교원을 중심으로 꾸려진다. 희망자에 한해 학교폭력이 처분이라는 징벌적 수순을 밟기 전에 학생의 잘못을 알려주고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지원단에서 올 1학기에 6개월 동안 대화 모임을 57건 진행한 결과 1건을 제외한 56건이 당사자간 관계 회복이 돼 자체해결 및 소송취하가 됐다.
마음봄센터는 교육부의 시범사업으로 대구와 광주, 전국에 2곳 있다. 하루 3~6시간, 최대 3개월간 이용이 가능하다. 아이들은 그림, 모래놀이 등을 통해 마음을 표현하고 긍정적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을 갖는다.
강은희 대구교육감/사진제공=교육부 |
강은희 대구교육감은 "최근에는 갈등 관리, 감정 조절이 잘되지 않아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며 "학교 폭력을 겪은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가면, 대학교에 가면 마음이 괜찮아질까. 여전히 앙금이 남을 수 있다. 우리는 교육자들이기 때문에 교육적 해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관계회복지원단 운영을 위해서는 교원이 더욱 필요한데 정원이 빠듯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학교 폭력이 담임선생님 등 개인에게 매몰되서는 안된다"며 "철저하게 학교 시스템을 정비하고 현장에 도움을 줘야 하는데 인력에 보다 여유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정인지 기자 inj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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