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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 (금)

스마트폰 대체재로 떠오른 AI 스마트 안경...삼성보다 먼저 시제품 공개한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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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 스타트업 ‘시어스랩’ 12일 국내 최초 AI 탑재 스마트 안경 공개

조선일보

1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AI 스마트 안경 시제품 공개 행사를 가진 스타트업 '시어스랩'. 정진욱 시어스랩 대표가 생성형 AI가 탑재된 스마트 안경 'AI 눈(Noon)'을 소개 중이다./안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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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양파, 감자, 파프리카 등 각종 식자재가 놓인 테이블을 바라보며 쓰고 있는 뿔테 안경 오른쪽 다리에 손가락을 댔다. 찰칵 소리와 함께 안경에 달린 초소형 카메라가 시선 방향을 찍었다. 그 직후 “이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알려줘”라고 말하자 2초쯤 뒤 안경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재료를 보니 두부야채샐러드나 일본식 마파두부, 두부 스테이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안경과 연동한 생성형 인공지능(챗GPT4o)이 사진 속 재료를 파악해 레시피를 제안한 것이다. 요리를 하나 정해달라고 하자, 두부야채샐러드를 추천하며 구체적인 요리 방법을 알려주고, 올리브유·소금·후추 등 드레싱에 필요한 추가 재료도 안내했다.

12일 국내 AR(증강현실) 스타트업 ‘시어스랩’이 공개한 AI 스마트 안경(AI Noon) 시제품을 기자가 직접 체험한 내용이다. 국내에서 생성형 AI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안경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카메라와 스피커, 무선통신 칩 등이 내장된 스마트 안경에 각종 이미지와 영상, 텍스트를 이해할 수 있는 멀티모달 AI 기술이 합쳐지면서 실시간 정보 분석과 제공 같은 새 기능을 선보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제품 소개를 맡은 정진욱 시어스랩 대표는 직접 시제품을 쓰고 나와 “앞으로 AI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디바이스(하드웨어 장치)는 스마트폰이 아니라 스마트 글래스가 될 것”이라며 “내년 4~5월 첫 상용 제품을 글로벌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안경이 AI와 만나며 스마트폰을 대체할 새 디바이스 장치로 떠오르고 있다. 인간의 말을 알아듣는 생성형 AI 기술이 접목되면서 음성명령만으로도 복잡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정보 검색부터 길 안내, 실시간 외국어 번역 등 일상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기능을 스마트폰보다 직관적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무게가 500~600g에 달해 장시간 착용하기엔 목에 부담됐던 기존 VR(가상현실)·AR 헤드셋과 달리 가벼운 무게도 장점이다. 시어스랩이 공개한 시제품 역시 무게가 50g으로 일반 뿔테 안경 무게(30~40g)와 큰 차이가 없었다. 정 대표는 “제품 가격도 일반 고급 안경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149달러(약 20만원) 수준으로 책정했다”며 “내년 4분기에는 시각 장애인용과 산업용 등 각 분야에 특화된 2세대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어스랩은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 마케터 출신 정 대표가 2014년 설립한 AR 전문 기업이다. 2015년 세계 최초로 안면인식 AR 카메라 앱 ‘롤리캠’을 선보이며 당시 샘 올트먼 오픈 AI 최고경영자(CEO)가 이끌던 실리콘밸리 엑셀러레이터(AC·초기 창업 지원·투자기관) 와이콤비네이터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1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AI 스마트 안경 시제품 공개 행사를 가진 스타트업 '시어스랩'. 정진욱 시어스랩 대표가 직접 생성형 AI가 탑재된 스마트 안경 'AI 눈(Noon)'을 쓰고 제품을 소개 중이다./시어스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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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선 이미 AI 스마트 안경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메타·애플·오픈AI 같은 미국 빅테크부터 화웨이·바이두·샤오미 같은 중국 빅테크까지, 거의 모든 글로벌 빅테크들이 일제히 AI 스마트 안경을 개발 중이다. 이미 지난해 AI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 안경 ‘레이벤 메타’ 2세대를 출시해 수백만대의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메타는 올 9월 차세대 AR 스마트 안경 ‘오라이언’을 공개하며 다시 주목을 받았다. AR 헤드셋 ‘비전프로’를 출시하며 시장에 진입한 애플 역시 후속 제품으로 스마트 안경을 개발 중이다. 블룸버그는 최근 “애플이 내년 스마트 글래스 공개와 함께 2월 출시한 비전 프로의 보급형 버전도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국내에선 삼성전자가 구글, 퀄컴과 손잡고 내년 스마트 안경을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월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스마트폰을 가진 모든 사람이 그것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 글래스를 갖게 하는 것이 협력의 목표”라고 밝혔다.

물론 AI 스마트 안경 개발 기업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카메라 장치와 녹음 기능을 갖추고 AI까지 장착된 스마트 안경은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가 늘 따라다닌다. 메타가 앞서 출시한 AI 스마트 안경 ‘레이벤 메타’는 이런 문제로 인해 유럽에서 정식 출시를 못 했고, 현재 북미 지역과 영국 등 일부 한정 지역에서만 판매 중이다. 스마트폰을 완전히 대체하려면 안경 렌즈에 구현되는 AR 디스플레이가 필수인데, 이 경우 시야각과 해상도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현존 AI 스마트 안경은 아직 스마트폰 연동을 통해 생성형 AI를 구동하는 만큼 스마트폰 대체재가 아닌 스마트워치 같은 보완재에 그친다는 평가도 있다. 테크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AI 스마트 안경을 통해 활용하고 즐길 수 있는 소프트웨어 서비스와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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