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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 (금)

[만물상] ‘가깝고도 먼 이웃’ 미국·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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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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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주지사’라고 호칭했다. “주지사님(Governor)과 저녁 식사를 함께해 기뻤다. 곧 만나 관세 대화를 이어 나가자”고 한 것이다.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州)로 취급한 조롱이다. 트럼프가 캐나다 국경을 통해 범죄와 마약이 미국에 유입된다면서 25% 보복관세를 물리겠다고 하자, 트뤼도 총리가 급히 미국으로 날아가 트럼프를 만났는데, 트럼프를 만족시키지 못한 모양이다.

▶1만1366㎞, 세계 최장 국경선을 마주한 미국과 캐나다는 영국 식민지라는 뿌리는 같지만, 국가 형성 과정은 180도 달랐다. 미국은 토착민 인디언을 몰아내고, 영국과 전쟁을 치르며 독립했다. 반면 캐나다는 독립전쟁을 함께 하자는 미국의 제안을 거부하고, 영국과 평화협정을 통해 독립했다. 땅도 인디언에게 돈을 주고 샀다. 미국 독립전쟁에서 영국 편에 섰던 왕당파가 대거 캐나다로 도주했다. 훗날 이들은 영국-캐나다 연합군을 결성해 미국 워싱턴을 침공, 대통령궁을 불태우는 ‘1812년 전쟁’을 일으켰다. 미국 건국 당시 캐나다는 가장 위협적인 적대국이었다.

▶영토 분쟁도 있었다. 알래스카 남동부 해안 지대를 놓고 다퉜다. 모피 무역 과정에서 개발된 태평양 연안 항구도시들이 대거 미국 땅으로 넘어가게 되자 캐나다가 국제재판을 걸었다. 그런데 캐나다가 같은 편으로 여겼던 영국인 재판관이 미국 손을 들어주며 배신했다. 신흥 강국 독일을 견제하려면 영국은 캐나다가 아닌 미국과 손잡아야 했다.

▶앙숙이던 두 나라는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동맹국으로 거듭났고, 생활·경제 공동체로 발전했다. 캐나다인들은 미국 방송을 국내 방송처럼 실시간 시청하며, 전화 국가번호(1)도 같아 일반전화로 미국에 전화를 걸 수 있다. 야구, 농구, 아이스하키 등 각종 스포츠 리그도 공유한다. 캐나다 중서부 오일 샌드에서 추출된 원유는 송유관을 타고 미국 텍사스까지 곧장 간다. 캐나다 수출품의 76%는 미국으로 향한다.

▶하지만 양국은 여전히 가깝고도 먼 이웃이다. 미국인은 캐나다인을 ‘51번째 주 시골뜨기’로 여기고, 캐나다인은 미국인을 ‘거만한 속물’로 본다. 캐나다에서 스타벅스가 고전하는 것은 캐나다인의 반미 정서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트뤼도 총리는 “미국이 이웃이라는 건 코끼리와 한 방을 쓰는 것과 같다”고 했다. 살짝 움직여도 깔려 죽을 수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의 1차 표적인 된 캐나다가 어떤 생존술을 발휘할지 두고 볼 일이다.

[김홍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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