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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 (금)

[태평로] 文의 ‘꿈’이 낳은 비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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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 이루기 위해 文이 발탁한 ‘尹·曺 환상조’

꿈은 이뤄졌지만 두 사람과 나라는 위기에

조국 법무 장관은 2019년 10월 14일 오후 2시 사퇴했다. 1시간 뒤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를 소집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조국 법무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 개혁을 희망했다”며 “(이제)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고 탄식했다.

문 전 대통령이 ‘환상조’로 꼽은 두 사람은 5년 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위기에 처한 정치인이 됐다. 윤 대통령은 내란 수사를 받으며 탄핵당할 처지다. 조 대표는 의원직을 상실하고 다음 대선에도 출마하지 못하게 됐다.

문 전 대통령 말대로 그의 ‘꿈’이 윤·조 두 사람을 정치의 길로 이끌었다. 문 전 대통령이 가장 이루고 싶었던 게 ‘검찰 개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부터 이어진 ‘가문의 숙원’ 같은 것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일을 “민정수석 두 번 하면서 끝내 못 한 일, 그래서 아쉬움으로 남는 일”이라고 했다. 집권하자 그 꿈을 이뤄줄 사람을 물색했다. 검찰 밖에서는 조국 교수를 골랐다. 그는 검찰 내부에서도 ‘개혁’을 주도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2013년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때 ‘항명 파동’으로 좌천당한 윤석열 검사를 눈여겨봤다. 문 전 대통령은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는 날 “국민은 공수처 설치, 수사권 조정 등을 통해 근본적인 검찰 개혁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임명 이유가 검찰권 약화에 총대를 메라는 뜻임을 숨기지 않았다.

윤·조 두 사람은 서울 법대 3년 선후배로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조 대표는 “더럽고 치사해도 버텨주세요”라며 응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두 사람의 갈등이 처음 불거진 것은 2018년이다. 당시 법무부가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 대통령의 부인과 처가 관련 의혹을 내사한 사실이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청와대가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압박하기 위해 자신의 주변을 뒤진 것으로 받아들였다.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 대표가 이를 주도했다고 생각했다. 이듬해 조 대표가 법무 장관으로 지명되자 윤 대통령이 반격했다.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은 조국 장관 지명에 반대한다는 뜻을 청와대에 여러 경로로 전달했다. 문 대통령과 직접 면담까지 요구하면서 막으려 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자 윤 대통령은 곧바로 조국 일가 수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가 12일 선고로 확정된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발탁한 ‘윤·조 환상조’는 이후 대한민국 정치에 큰 영향을 미쳤다. 문 전 대통령이 조국 장관 임명을 강행하지 않았다면 조국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조국 사태가 없었다면 윤 대통령이 정치에 뛰어들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검사 윤석열이 정치인 윤석열로 변신하는 계기가 됐다.

두 사람의 위기는 그들 개인과 가족뿐 아니라 나라 전체에도 비극이 됐다. 조국 사태는 우리 사회의 상식과 공정의 기반을 허물고 국민을 분열시켰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탄핵소추는 국민의 일상을 흔들고 헌정 중단의 위기를 가져왔다.

두 사람은 위기에 처했지만 문 전 대통령의 꿈은 결국 이뤄졌다. 검찰 수사권은 상당 부분 경찰로 넘어갔다. 간첩 수사도 국정원을 떠나 경찰로 이관됐다. 고위 공직자 범죄 수사는 공수처가 가져갔다. 윤 대통령 내란 수사도 관할권을 놓고 검찰과 경찰이 다투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의 꿈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의 꿈은 지금 이 시각에도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한 사람의 희망이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비극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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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대진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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