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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탄찬파 배제론까지... 與, ‘탄핵의 강’ 피하다 ‘계엄의 바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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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찬성파 배제론까지 등장

당 안팎 “계엄 반대한다면서

사과 없는 자기모순적 모습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치겠나”

조선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는 장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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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로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소추당하면서 국민의힘은 극심한 내홍에 빠져들었다. 이번 비상계엄이 “위헌·위법”이라며 탄핵 찬성을 주장한 한동훈 전 대표는 ‘탄핵 반대파’의 거센 반발 속에 사퇴했다. 일부 탄핵 반대파 의원은 “민주당 부역자를 덜어내자”면서 “90명이라도 똘똘 뭉치자”고 하는 등 탄핵 찬성파를 색출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의힘 일각의 이런 움직임에 수도권 원외(院外) 당협위원장들을 중심으로 “‘탄핵의 강’을 피하려다, ‘계엄의 바다’에 빠지고 말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계엄에 반대한다”면서도 이번 계엄 사태에 대해 통렬한 사과와 반성을 내놓지 않는 자기모순적 모습이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치겠느냐는 얘기다. 이들은 “대통령 탄핵이 되풀이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지지층 일각의 심정을 이해하면서도, “위헌·위법 소지가 속속 드러나는 계엄에 대해 반성이나 성찰 없이는 보수 진영이 공멸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선일보

그래픽=김하경


국민의힘 김근식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한번 계엄 옹호당으로 낙인찍히면 앞으로 50년간 집권 못 하는 변방 영남당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며 “우리 스스로 자멸하면서 민주당에 지배적 일당 우위 체제를 선사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김종혁 경기 고양병 당협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순간 우리 당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국민의힘이 친윤과 절연해야 쇄신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국민의힘이 비상계엄과는 분명히 선을 긋고, 대통령이 내란 피의자가 된 것에 대한 대국민 사죄부터 해야 한다”고 했다. 유의동 경기 평택병 당협위원장은 “야당에 이재명 체제가 확고한 지금이야말로 보수가 회생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했다. 이재영 서울 강동을 당협위원장은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누가 찬성표를 던졌는지 색출하는 건 미친 짓”이라며 “국민의힘은 이번 비상계엄이 우리 사회의 법과 질서를 흔들어놓았다는 점에 대해 반성과 성찰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로 지난 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당한 뒤 국민의힘의 주도권은 ‘탄핵 반대파’로 급속하게 넘어가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반대표는 85표 나왔다. 국민의힘 의원 108명의 78%가 윤 대통령 탄핵소추에 반대한 것이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대통령 탄핵은 절대 안 된다”는 분위기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서는 국민의힘이 국민 앞에 잘못됐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민의힘에서 나온다. 이들은 “국민의힘이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을 단죄해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킨 YS(김영삼 전 대통령) 정신이 서려 있는 당이 맞느냐”고 했다.

◇김근식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

비상계엄 사태 이후 당원들에게서 매일 수백 통의 문자메시지가 온다. 그 가운데 3분의 1이 ‘탈당하겠다’이다. 그런데도 당 일각에서 탄핵 찬성 의원들을 색출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만약 조기 대선이 현실화할 경우 이런 모습으론 ‘현타(현실에 회의감이 온다는 뜻)’가 올 것이다.

영남 의원들이 ‘탄핵 트라우마’를 이야기하는데 솔직해지자. 사실 그들만의 ‘탄핵 생존법’ 아닌가. 누군가에게 탄핵의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적당히 버티면 당이야 어떻게 되든 자기는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 있다는 심산 아닌가. 보수 궤멸하든 말든 내 이익만 챙기다가는 앞으로 50년간 집권 못 하는 ‘변방 영남당’이 되고 말 것이다. 계엄 옹호당으로 낙인찍히면 보수 세력 전체가 공멸(共滅)하면서 민주당에 일당 우위 체제를 선사하게 될 것이다.

◇김종혁 경기 고양병 당협위원장

비상계엄을 선포한 순간 우리 당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당이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비상계엄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다. ‘윤석열 없는 국민의힘’과 ‘이재명의 민주당’ 구도로 갔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당이 망하기 전에는 안 바뀔 것 같다. 지금 국민의힘 지지층과 보수층 간에 일부 균열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에 휘둘려 계엄에 비판적인 건전한 보수층의 시선을 외면하면 안 된다.

◇유승민 전 의원

당이 비상계엄과 선을 그어야 한다. 국민의힘의 당론이 ‘대통령 탄핵 반대’였고, 실제로 탄핵 반대를 85명이나 했다. 그런데 표결 이후 탄핵 찬성 의원들이 마녀사냥당하는 형국을 국민들이 어떻게 이해하겠나. 의원총회 등을 통해 비상계엄과 탄핵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대통령이 내란 피의자가 된 것에 대한 대국민 사죄부터 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

우리가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잘못을 인정한 덕분에 다시 정권을 찾아올 수 있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당의 체질 개선이나 철학 정립 없이, 내부 사람을 키우지 못했다. 이번 일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극단적 진영 대립을 완화할 방안 등도 고민하면서 당을 쇄신해야 한다.

◇유의동 경기 평택병 당협위원장

우리 당이 ‘전두환·노태우의 신군부’ 이미지를 지워내려고 40여 년간 노력한 게 한밤의 비상계엄 선포로 싹 날아갔다. 이에 분노하는 보수 시민이 많다. 우리가 먼저 할 일을 하고 나서 야당에 당당하게 요구해야 우리 말에 힘이 생긴다. 그런데 지금처럼 당내 싸움을 벌이면 국민이 어떻게 평가하겠나. 누구는 ‘탄핵 트라우마’를 말하며 뒤로 물러서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새출발했기 때문에 5년 만에 정권을 다시 찾아올 수 있었다. ‘이재명 집권’이 두렵다면, 그걸 막기 위해 우리부터 쇄신하고 뭉쳐야 한다. 야권이 ‘이재명 1인 체제’로 흐르는 지금이 보수 회생의 골든 타임이다.

◇이재영 서울 강동을 당협위원장

탄핵소추 표결에서 누가 찬성표를 던졌는지 색출하다니, 미친 짓이다. 스스로 영남당으로 쪼그라들겠다고 몸부림치는 것인가. ‘탄핵 반대’ 당론을 따르지 않은 동료 의원에 대한 불만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색출을 멈추고 당 수습에 힘을 합칠 때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수호라는 대한민국 국민과의 약속을 어겼다.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서 어떻게 대응하든, 국민의힘은 거리를 두고 당의 안정과 혁신을 향해 나가야 한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연대하는 등 지난 대선 때 연합 세력을 복원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 당직자·보좌진

국민의힘은 군부 독재의 상징인 신군부 ‘하나회’를 청산한 YS(김영삼 전 대통령) 정신이 서려 있는 당이다. 그런 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대통령의 책무 가운데 가장 무거운 것이 국민의 안전과 생명 보호 아니냐. 야당의 의회 폭거로 인한 행정부 기능 마비가 아무리 심각했어도 대통령은 계엄 선포 이전에 국민에게 절실하게 호소하고 설득했어야 한다.(비례대표 의원실 A 보좌관)

지금 국민의힘은 ‘탄핵의 강’이 무서워 ‘계엄의 바다’에 빠진 줄도 모르고 있다. 계엄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정작 계엄령을 내린 대통령이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지는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우리가 YS 정신을 계승한 정당이 맞느냐. 부끄러워서 당대표실에서 YS 액자를 떼어내고 싶다.(당직자 B씨)

민주당 공세에 맞서기 위해서 단일대오 유지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한다. 그런데 우리 당은 지금 거울을 한번 가만히 들여다봐야만 한다. 의원 대부분이 계엄 해제 결의안이 통과될 때 당사에 있었다. 어떤 의원들은 군인들이 국회에 쳐들어왔는데 “오죽하면 그랬겠나”라고 한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친윤 맏형’을 원내대표로 뽑았다. 탄핵안에 찬성하자는 당 대표를 축출했다.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을 색출하자고 한다. 모두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2주 만에 벌어진 일이다. 2주 동안 우리 당이 한 일에 과연 국민이 있었나? 이런 모습이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치겠나. 우리가 국민의힘인데 당명(黨名)이 아깝다.(수도권 의원실 보좌관C씨)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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