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정무위원회 주최로 열린 온라인 플랫폼 규제 관련 법률안 공청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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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둘러싼 논란이 국내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격화되고 있다. 미국 상공회의소가 한국의 플랫폼 규제 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한 가운데, 국회에서도 '혁신 저해'와 '소비자 보호'를 두고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17일(현지시간) 찰스 프리먼 아시아 담당 수석부회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한국의 플랫폼 규제 법안에 대한 강한 우려를 재차 표명했다. 상의는 이 법안들이 미국 기업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으며, 한국과 중국 기업들은 규제에서 제외된다고 주장했다.
프리먼 부회장은 "규제 대상이 되는 기업들은 공정위 제재를 우려해 적극적인 경쟁을 피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한국의 경제 성장과 장기적 경쟁력을 저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이러한 규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국회에서는 18일 정무위원회 주최로 온라인 플랫폼 규제 관련 법률안 공청회가 열렸다. 현재 국회에는 크게 두 갈래의 규제안이 상정돼 있다. 정부·여당이 발의한 공정거래법 및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은 사후 규제를 중심으로 하는 반면, 야당의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제정안은 사전 지정 방식의 강력한 규제를 담고 있다.
정부·여당안의 핵심은 '사후 추정제' 도입이다. 이는 독과점 플랫폼의 반칙 행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특정 기준을 넘어서면 '지배적 플랫폼'으로 추정해 제재 수위를 높이는 제도다. 반면 야당은 '사전 지정 방식'을 통해 플랫폼 사업자의 지배력을 미리 차단하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청회에서 "국내 온플법이 유럽의 디지털 시장법(DMA)을 참고했으나, 국내 환경과 글로벌 경쟁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며 신중한 접근을 촉구했다. 특히 카카오(15위), 네이버(23위), 쿠팡(27위) 등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받게 될 '이중 규제'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의 조성현 사무총장은 "플랫폼 운영의 유연성이 줄어들고 투자 자금이 감소할 우려가 크다"며, 과도한 규제가 제2의 '타다 금지법'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온라인 소매시장은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월적 지위를 전제해 제정법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규제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반면 소비자 보호와 독점 방지를 위해 온플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치원 온라인플랫폼 이용자불만신고센터장은 "온라인 플랫폼의 지배력 강화는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며 "온플법과 독점규제법 모두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규제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자문위원장은 "시장의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으로의 변화와 함께 등장한 중개를 기본 속성으로 하는 온라인 플랫폼 문제는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며,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규제 체계 마련을 위한 독립법 제정을 주장했다.
이러한 국내 논란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둔 시점에서 미국과의 통상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미 하원에는 '미국-한국 디지털 무역 집행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 법안은 한국의 플랫폼 규제로 인해 미국 기업이 피해를 볼 경우 무역법 301조에 따른 보복 조치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화당의 캐럴 밀러 하원의원은 법안 발의 당시 "한국이 우리의 중요한 경제·안보 파트너이지만, 미국 디지털 기업들이 차별적인 규제의 표적이 되는 것을 방관할 수 없다"며 "이러한 규제는 중국 기업들에게 혜택을 주는 동시에 미국의 국가 안보와 경제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치원 센터장은 "공정위는 과거에 스스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을 통한 플랫폼 규제의 문제점을 밝히기도 했다"며 "대규모유통업법은 오프라인 중심으로 설계되었기에 온라인 플랫폼에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종열 자문위원장은 배달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 사례를 들며 "정부안에는 수수료 상한제와 우대수수료에 대한 근거 규정이 없다"며 "배달앱 자율협의체 상생안에도 포함된 중개수수료 상한제와 우대수수료에 대한 법적 근거 규정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향후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둘러싼 논의는 혁신과 성장, 소비자 보호와 공정경쟁이라는 가치의 균형점을 찾는 방향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특히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국내 소비자 보호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규제 방안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다만 미국의 강력한 반발과 국내 이해관계자들의 첨예한 입장 차이를 고려할 때, 합의점 도출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한미 간 새로운 통상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결국 한국 정부와 국회는 국내 플랫폼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소비자 보호와 공정경쟁을 담보할 수 있는 균형 잡힌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는 단순히 국내 문제를 넘어 한미 관계와 글로벌 디지털 경제 질서 속에서 한국의 위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글 : 최원희(choi@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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