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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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매파적 금리 인하’ 결정으로 한은의 고민이 더 깊어졌다. 연준이 시장 예상대로 정책금리를 낮추면서 동시에 추가적인 인하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강력한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연준의 금리 인하로 한국(3.00%)과 미국(4.25∼4.50%)의 금리 차는 1.50%포인트로 좁혀졌다.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여력이 그만큼 커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중장기적으로 달러 가치가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원-달러 환율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환율 상승은 어렵게 잡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다시 부추길 수 있다.
통화당국 처지에선 ‘내란 쇼크’로 경기 하강 흐름이 빨라진 상황을 고려하면 기준금리를 내려하지만, 환율 변동성이 급격히 커진 탓에 원화가치 하락(환율 상승)을 수반하는 금리 인하를 서두르기 힘든 상충적 상황에 놓이게 됐다. 직전(11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도 2명의 금통위원은 “추가 금리 인하가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가능성”을 이유로 ‘금리 동결’ 의견을 낸 바 있다. 내년 1월 금통위때까지 ‘환율’과 ‘경기’ 흐름을 두고 한은 내부의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내란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경기 하강 속도가 가팔라질 우려가 있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 효과는 통상 6개월~1년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 때문에 지난 10·11월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내린 한은으로서는 ‘재정 대응’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추가경정예산 등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주문한 이유다. 이 총재는 평소 “재정과 통화 정책 공조”를 강조하는 터여서 적극적인 통화 정책으로 호응하려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은의 금리 인하 속도와 폭에 대한 시장 전망은 엇갈린다. 미국 투자은행 씨티는 “한은은 계엄 사태에 대응해 안정적 경제 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인식할 것”이라며 ‘1월 0.25%포인트 인하’를 예상했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계엄 사태로 경기 하방 위험이 커져 추가 인하 시점을 앞당기거나 인하 폭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연준의 매파적 기조로 원화 약세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한국의 추가 금리 인하 여지는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부진 심화로 금리 인하 필요성이 큰 것은 사실이나, 고환율 등 금리 인하에 따르는 대가를 고려할 때 추가 인하가 쉽지 않은 환경”이라며 “통화 정책보다 재정 정책이 경기 진작을 위해 중요한 정책 수단이 될 것”이라고 봤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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