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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벤처기업과 불확실성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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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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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벤처기업협회가 발표한 최근 설문조사 결과는 우리 벤처업계의 불안한 속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응답 기업의 52.3%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이 자신들의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각각의 퍼센트 뒤에는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업들의 현실이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무역·통상 정책'과 '환율 변동'에 대한 우려다. 65.2%의 기업이 무역 및 통상 정책을, 62.2%는 환율 변동을 우려했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우리 벤처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 깊이 편입되어 있으며, 국제 정세의 변화가 곧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반도체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고민이 특히 깊어 보인다. "미국이 보편 관세를 도입하면 우리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 기업의 답변이다.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으로 승부하려 했지만, 이제는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자조 섞인 현실 인식이 묻어난다.

그러나 모든 상황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위기는 언제나 기회와 함께 온다는 말이 있다.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오히려 이번 변화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 AI와 바이오 산업 육성이라는 미국의 정책 기조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기업은 이미 현지 기업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기회는 또 다른 위기가 될 수 있다. 설문 결과를 보면, 54.4%의 기업이 아직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는 우리 벤처기업들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당장의 생존에 급급해 미래를 준비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기업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는 점이다. 53.9%가 '제품과 서비스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고, 48%는 '신규 시장 발굴'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는 우리 벤처기업들의 저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혁신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기업들의 정부에 대한 요구사항도 명확하다. 51.5%가 '금융 및 환리스크 관리'를 최우선 지원 과제로 꼽았고, 49%는 '수출 지원'을 요청했다. "환율이 오르내릴 때마다 가슴이 철렁합니다. 정부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도 제시해주면 좋겠어요." 한 전자장비 기업 대표의 말이다. 이는 단순한 지원 요청이 아닌, 생존을 위한 절실한 호소다.

벤처기업협회 성상엽 회장은 이를 '30년 만의 위기'라고 표현했다. 과장된 말이 아닐 수 있다. 장기 경기침체에 트럼프 발(發) 불확실성, 여기에 국내 정세 불안까지 겹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전례 없는 복합 위기의 한가운데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벤처기업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어떤 기업은 동남아 시장 개척을 모색하고, 또 다른 기업은 기술 경쟁력 강화에 매진한다. "한 바구니에 모든 달걀을 담아두는 것은 위험하니까요." 한 기업인의 말이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더욱 필요한 것은 냉철한 판단과 과감한 도전이다.

우리는 지금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트럼프라는 변수는 그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킬 것이다. 하지만 위기는 언제나 있어왔고, 우리는 그때마다 새로운 길을 찾아왔다. 우리 벤처기업들의 이러한 도전이 다시 한번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가 되기를 기대한다.


글 : 손요한(russia@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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