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21일 오후 강원 강릉시 교1동 권성동 국회의원 사무실 인근 도로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권성동 국회의원 사퇴를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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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내란사태 주범인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방해하려는 국민의힘의 적반하장이 도를 넘고 있다. 자기들 마음대로 헌법을 해석한 뒤 한덕수 권한대행을 향해 연일 ‘헌법재판관 임명 불가’를 압박하고 있다. 탄핵심판 서류 수령조차 거부해 “잡범” 비난을 받는 윤 대통령과 대놓고 보조를 맞추며 ‘내란 동조당’을 자처하고 있다.
친윤석열계가 장악한 국민의힘의 ‘탄핵 방탄’ 행태는 익숙하다. 2016년 친박근혜계 세상이었던 새누리당과 달라진 게 없다. 지난 두 번의 대선과 두 번의 총선에서 세 차례 패배한 정당이 반보 전진은커녕 8년 전 수준으로 집단 퇴화한 셈이다.
① “배신자는 당을 나가라”
2016년 12월9일 박근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정치권에선 당권부터 공천까지 전횡을 일삼았던 친박계 2선 퇴진을 예상했다. 상식적 수준의 기대는 보기 좋게 깨졌다. 친박계는 탄핵에 찬성한 비박계를 향해 “배신자” “패륜” “인간 이하 반란군 수괴” 등 상식 밖 비난을 쏟아냈다. 오히려 자신들이 당을 구하겠다며 ‘구당 모임’을 꾸렸다.
비박계는 친박계 핵심으로 행세하던 서청원·최경환·홍문종·윤상현·이정현·조원진·김진태·이장우 8명을 ‘최순실의 남자들’로 지목하고 인적 청산을 주장했다. 이정현 대표 등 지도부 즉각 퇴진도 요구했다. 친박계는 당당했다. 비박계를 향해 ‘너희들 배반자가 당을 나가라’고 요구했다.
2024년 12월14일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친윤석열계는 12명의 탄핵 찬성파를 “배신자”로 규정하고 색출을 시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을 등에 업고 당직과 장관직 등을 차지했던 친윤계 중진들이 ‘내가 당을 구하겠다’며, 이제는 비대위원장 자리를 놓고 싸운다.
② “탄핵 대신 퇴진하면 안 되나”
탄핵소추안 가결 전인 2016년 12월1일 새누리당은 탄핵 대신 ‘2017년 4월 말 퇴진, 6월 말 조기 대선’을 주장했다. 탄핵 반대 당론을 정한 것이다. 12·3 내란사태로 규정된 상황에서도 ‘2월 퇴진, 4월 대선’ ‘3월 퇴진, 5월 대선’을 로드맵으로 검토했던 국민의힘과 다를 바 없다.
8년 전 새누리당의 탄핵 반대 당론은 비박계와 야당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임박하자, 12·3 내란사태 탄핵 표결과 마찬가지로 ‘자유 투표’로 바뀌었다. 탄핵안 가결 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집권여당은 대통령과 똑같은 무게의 책임을 진다”며 사퇴했다.
2016년 12월15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국회 대표회의실에서 자신을 포함한 친박계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며 회의장을 점거하고 농성 중인 사무처 당직자들을 만나 요구사항을 듣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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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원내대표는 우리가”
박근혜 탄핵안 가결 일주일 뒤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는 친박계와 비박계 총력전으로 치러졌다. 62표를 얻은 친박계 정우택 의원이 55표를 받은 비박계 나경원 의원을 눌렀다. 대통령 탄핵 사태에도 친박계가 다시 원내대표 자리를 가져간 것이다.
이정현 대표 등 친박계 당 지도부는 친박계 원내대표가 선출되는 것을 지켜본 뒤 일괄 사퇴했다. 당 지도부가 무너지며 정우택 원내대표는 선출되자마자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원내대표단은 친박 색채가 짙은 이들로 채워졌다.
2024년 12월7일 윤 대통령 1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집단 불참’으로 무산시킨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헌정사상 세 번째 대통령 탄핵 표결”에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했다. 친한동훈계에서는 친윤계가 다시 원내대표를 맡을 경우 불러올 ‘내란 동조’ 역풍을 우려했지만, 2차 표결을 이틀 앞둔 12월12일 ‘원조 윤핵관’ 권선동 의원이 72표를 받아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계파색이 옅은 김태호 의원은 34표에 그쳤다.
④ ‘비대위원장도 우리가’
친박계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임명권을 갖게 되자, 대통령 탄핵 사태에 공동 책임을 져야 할 친박계가 당권까지 고스란히 재접수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비박계 30여명은 친박계 위주로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이 구성될 경우 집단 탈당하겠다고 경고했다.
일단 친박계는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듯했다. 친박·비박이 공동비대위원장을 맡는 방안을 잠시 검토하기도 했지만, 비박계는 ‘친박 청산을 막으려는 의도’라며 반대했다. 비박계를 이끌던 유승민 의원이 ‘비대위 구성 전권’을 요구하자, 친박계는 ‘유승민만은 절대 안 된다’며 분당을 불사하겠다고 했다.
당이 난장판이 되자 비대위원장 기근이 시작됐다. 친박계는 외부인사를 검토했지만, 후보군은 대부분은 영입 제안을 거부했다.
윤 대통령이 “내란죄 자백”을 했다며 탄핵 찬성을 요구했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친윤계 압박에 축출당하고 일주일이 지난 23일, 국민의힘은 아직 비대위원장 후보군 이름도 정식으로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탄핵 반대 표결을 주도한 권선동·나경원·권영세 의원 등의 이름만 슬쩍 흘릴 뿐이다.
⑤ ‘총선이 3년 넘게 남았다’
2016년 12월, 대구·경북 등 지역 기반이 탄탄한 친박계 의원들은 ‘박근혜 탄핵 반대’를 외쳤다. 일부는 태극기부대와 결합했다. 수도권 새누리당 의원들은 속이 타들어 갔지만, 영남뿐만 아니라 김태흠·이장우 등 ‘비영남 친박’들도 박근혜 탄핵 반대 대열에 동참했다. 정치권에선 “총선이 바로 내년에 치러진다면 저런 소리를 당당히 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 나왔다.
다음 총선은 3년4개월 뒤인 2020년 4월15일 치러지기 때문에, 일단 당내 주류에 붙거나 당직 등 기득권을 지키는 게 개인적으로 이득이 된다는 계산이 더 빨랐다는 것이다. ‘진박 감별사’가 판을 친 2016년 4·13 총선에서 배지를 단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박근혜 탄핵 반대를 외칠 수 있었던 이유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오른쪽 두번째)가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 헌법 제111조 논쟁,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절차의 쟁점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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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계가 ‘내란 동조당’ ‘내란 부역자’ 비난을 감수하며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감싸는 행태도 8년 전과 유사한 정치 일정이 작동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음 총선은 3년4개월 뒤인 2028년 4월12일에 치러진다.
대통령 탄핵 사태에도 국민 여론과 함께 한 탄핵 찬성파를 배신자로 규정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만 보고 가겠다는 ‘영남 자민련’ 전략이 2016년과 2024년 어김없이 작동하고 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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