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역 일대에서 노숙생활을 하던 노숙인들이 자활프로그램의 하나로 진행한 벼농사에 참여하고 있다. 수원다시서기노숙인종합지원센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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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로 다시 복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이제는 작가라는 꿈도 꾸게 됐습니다.”
경기도 수원시 수원역에서 노숙생활을 하던 최아무개(47)씨는 23일 “제 인생의 2막은 이제부터”라며 새 출발을 알렸다. 그는 이날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쌀 나눔 행사에 참여했다. 아동센터에 기부한 쌀은 그가 지난 5월 동료 노숙인 25명과 함께 직접 논에서 모내기하고, 수확까지 해 생산한 것이다. 1천㎡ 남짓한 논에서 수확한 쌀 대부분은 논 주인에게 임대료로 주고, 남은 20㎏이다. 여기에 수원다시서기노숙인종합지원센터에서 후원받은 쌀 200㎏도 함께 전달했다. 그는 “비록 얼마 되지 않는 양이지만, 노숙인들이 자활 의지를 갖고 땀 흘려 얻은 결과물을 나누고 싶었다”고 했다.
건설현장 노동자로 생활하던 그는 몇 해 전 협심증 진단을 받은 이후 일손도 놓게 되면서 생활고에 시달렸다. 급기야 지난해 연말부터 거리를 전전하며 노숙 생활하다가 올해 2월 수원다시서기노숙인종합지원센터의 도움을 받게 되면서 자활 의지를 다졌다. 노숙인자활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1년간 벼농사도 짓고, 쇼핑백 접기 노동, 음악·미술·연극활동 등 심리치료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하루 3시간씩 일해서 모은 한달 60만원가량의 급여도 저축할 수 있었다. 노숙 생활을 접고 지금은 고시원에서 생활 중이다. 그는 “다시서기센터의 도움으로 주거 및 의료 지원도 받고, 대학에서 인문학교육도 수료해 학사모까지 쓰게 됐다. 나의 이야기로 책을 쓰고, 강단에도 서고 싶다. 쓰러지고 좌절한 이들이 다시 일어서 수 있다는 희망을 갖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수원다시서기센터는 거리 노숙인의 보호와 지원을 통해 사회복귀를 돕는 사회복지기관이다. 연간 270여명의 노숙인을 보호하고, 시설연계, 임시 주거 지원, 의료지원, 임시보호, 취업지원, 신용회복지원, 자활프로그램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수원다시서기센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로 두 번째 벼농사에 도전했다. 올해 참여한 노숙인 26명 가운데 10명은 시설에 거주하지 않은 거리 노숙인이었는데, 이번 활동을 계기로 거리 생활을 청산했다. 최씨도 이 가운데 한명이다. 노동활동과 함께 심리치료를 병행한 것이 주효했다. 박효영 수원다시서기센터 팀장은 “프로그램 참여자 가운데 민간기업에 취업하거나 지역자활 사업에 참여해 재 노숙하는 이들은 없다”면서 “탈 노숙하고 지역사회로 복귀하기까지 개인마다 회복의 기간이 다르다. 자활프로그램 확대와 기간 연장이 필요한데, 정부와 지방정부의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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