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3일 오후 국회에서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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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를 만나 “한·미 관계뿐만 아니라 한·미·일 간 협력 관계도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한국은 미국의 큰 도움 때문에 경제적 성장과 발전을 이루어냈고 한반도에서 평화와 안정을 누려왔던 것”이라며 “앞으로도 자유민주 진영의 일원으로서 그 역할과 책임을 제대로 다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로 한·미, 한·미·일 협력이 흔들릴 것을 우려하고 있는 미국 정부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모두 해준 것이다.
문제는 이 대표의 이런 말이 일관된 입장이냐는 것이다. 그간의 이 대표는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2022년 9~10월 한·미·일 연합 군사훈련이 실시되자 이 대표는 이를 “극단적 친일 행위”라고 했다. “일본이 경제 침탈을 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당시 훈련은 북한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한 직후 이뤄졌다. 훈련 내용도 북한 잠수함 위협과 미사일에 대한 방어를 연습하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일본과의 합동 훈련은 앞으로 북·중·러를 자극해 한반도 냉전 체제를 부활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주한 미 대사에게 한 말과는 180도 다르다.
지난해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 대표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해방 이전으로 돌리는 패착”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본심은 이 황당한 인식인가, 이날 주한 미 대사에게 한 말인가. 당시 한·미·일 협력을 제도화하는 공동성명이 나온 후에는 “이번 합의로 한국은 미국의 대중 견제, 봉쇄의 전면에 서게 됐다”고 했다. 그랬던 이 대표가 주한 미 대사에겐 “한·미·일 간 협력 관계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어느 쪽이 진심인가.
이 대표는 지난 3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해도) 우리가 왜 개입하나. 중국에도 셰셰, 대만에도 셰셰 하면 된다”고 했다. 이 대표가 국제정치의 현실을 이런 수준으로 이해하고 있다면 그 자체로 큰일이지만, 여기선 이렇게 말하고 주한 미 대사에겐 “자유민주 진영의 일원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할 생각”이라고 전혀 다른 말을 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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