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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C-커머스의 착시 현상' 2,400만 설치 뒤에 숨은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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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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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혁신'이라는 단어를 너무 쉽게 사용한다. 특히 디지털 커머스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할 때마다 우리는 그것이 시장을 뒤흔들 것이라 예측하곤 한다. 하지만 실제 데이터는 종종 우리의 예상을 빗나간다.

최근 아이지에이웍스가 발표한 모바일인덱스 리포트에 따르면,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로 대표되는 C-커머스의 올해 누적 설치 건수는 2,462만 건에 달했다. 대한민국 국민 절반이 스마트폰에 이 앱들을 설치했다는 얘기다. 언뜻 보기에 이는 놀라운 성과처럼 보인다. 하지만 숫자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테무의 사례다. 월간 이용자 수는 4백만에서 6백만 명 사이를 오가는데, 이는 설치 건수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탈률이다. 매달 37%에서 50%의 사용자가 플랫폼을 떠난다. 이는 마치 물이 새는 양동이에 계속해서 물을 붓는 것과 다름없다. 아무리 많은 사용자를 유치해도 절반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제 금액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C-커머스의 전체 카드 결제 금액 점유율은 고작 4.07%에 불과하다. 반면 쿠팡은 53.84%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각각 3.36%와 0.71%의 미미한 점유율에 그쳤다. 이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소비자들이 이들 플랫폼을 '구경'은 하지만, 실제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쿠팡의 성과는 이런 C-커머스의 한계를 더욱 극명하게 보여준다. 2024년 1월부터 11월까지 쿠팡의 월간 사용자 수는 3천만 명을 넘었고, 11월 결제 금액은 3조 1,432억 원에 달했다. 이는 단순한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인 성장을 보여주는 지표다. 사용자들이 단순히 앱을 설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자주 사용하며 구매까지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필자는 이를 '신뢰의 경제학'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전자상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신뢰다. 아무리 저렴한 가격을 제시해도, 소비자가 플랫폼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관계를 맺기 어렵다.

C-커머스 플랫폼들이 보여주는 높은 이탈률은 바로 이 신뢰의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초기의 호기심과 파격적인 할인은 사용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 하지만 배송 지연, 품질 문제, 고객 서비스의 한계 등은 결국 사용자의 신뢰를 깎아먹는다. 반면 쿠팡이 보여주는 성과는 지난 수년간 쌓아온 신뢰의 결과물이다.

이는 디지털 커머스의 본질적인 도전 과제를 보여준다. 진정한 혁신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C-커머스 플랫폼들이 진정한 경쟁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전략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하는 대신, 장기적인 신뢰 구축에 투자해야 한다. 결제 환경의 개선, 고객 서비스 강화, 품질 관리 체계 확립 등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동시에 이는 기존 이커머스 플랫폼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현재의 지배적 위치가 영원히 보장된 것은 아니다. 끊임없는 혁신과 고객 중심의 서비스 개선이 있어야만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다.

결국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플랫폼 간의 경쟁이 아니다. 이는 신뢰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며, 소비자의 마음을 얻기 위한 장기적인 여정이다. 앞으로도 새로운 플랫폼들은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성공은 화려한 등장이 아닌, 지속적인 신뢰 구축에서 비롯될 것이다.


글 : 허민혜(min3hui4@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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