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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 (일)

지갑 얇아질수록 잘 팔리는 컵라면의 '웃픈 전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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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기자]

컵라면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컵라면 시장 규모(판매액 기준)는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봉지라면의 비중이 여전히 60%를 훌쩍 넘어서지만, 성장률만은 컵라면이 추월한지 오래다. 하지만 컵라면 전성기의 이면엔 웃픈 원인도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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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컵라면의 수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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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으로 먹거나 바쁜 날 끼니로 대체하는 '컵라면'. 올 한해 국내에서 팔린 것만 어림잡아 10억개다. 그만큼 컵라면 시장은 몰라보게 커졌다. 글로벌 데이터 분석 기업 유로모니터(이하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4년 6741억원이었던 국내 컵라면 판매액은 지난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올해엔 판매액이 1조386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표➊).

규모 면에서는 아직 봉지라면(판매액 1조8170억원ㆍ2024년 전망치)보다 작지만 성장률은 훨씬 더 가파르다. 봉지라면은 2022년 10.4%, 2023년 4.0% 성장했지만(전년 대비), 컵라면의 성장률은 이보다 훨씬 높은 15.7 %, 7.4%를 기록했다(표➋).

■ 컵라면 전성시대 = 라면 3사(농심ㆍ오뚜기ㆍ삼양)의 상황도 비슷하다. 먼저 농심을 보자.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주력제품 '김치 사발면'의 연평균 성장률(이하 전년 대비)은 12.6%를 기록했다. '육개장 사발면'과 '신라면 브랜드 용기면'의 성장률은 각각 9.1%, 5.9%였다.

오뚜기의 성장률은 더 괄목할 만한데, '진짬뽕'과 '김치라면'은 31.3%, 28.2% 성장했다. 삼양식품의 인기 제품 '불닭볶음면 오리지널(8.0%)' '까르보 불닭볶음면(28.0%)'도 높은 성장률을 찍었다.

편의점 업계도 자체 브랜드(PBㆍ Private Brand) 컵라면을 확대하면서 컵라면 수요층을 공략하고 있다. GS25(운영사 GS리테일)는 지난해 PB 컵라면 제품으로 '팔도 점보도시락' '공간춘 쟁반짬짜면'을 출시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엔 '오모리점보도시락' '틈새비빔면' 등 특대형 시리즈 컵라면을 내놨다. 올해 GS25에서 판매한 라면 중 컵라면 비율은 79.6%에 이른다.

CU(운영사 BGF리테일)와 세븐일레븐(운영사 코리아세븐) 역시 마찬가지다. CU는 지난 2월 880원짜리 초저가 육개장 컵라면 제품 '880육개장', 세븐일레븐은 지난 10월 '세븐셀렉트 불짜계치' 제품을 내놓으면서 '컵라면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표➌).

이에 따라 라면 시장에서 컵라면이 차지하는 점유율도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컵라면과 봉지라면 점유율은 2020년 33.0%, 66.0%에서 2024년 36.0%, 63.0%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 두가지 이유 = 컵라면이 이렇게 잘나가는 이유 중 하나는 1인가구의 증가와 맞물려 있다. 2020년 이후 4년간 매년 1% 이상 증가한 1인가구는 지난해 전체 가구의 35.5%를 차지했다. 1인가구가 늘어난 게 컵라면의 인기에 한몫했다는 거다. 혼자 사는 20대 직장인 최영찬씨는 "주말에 종종 아침 겸 점심으로 컵라면을 먹는다"며 "한번 사두면 장기간 보관할 수 있고 먹는 것도 간편해서 선호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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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라면의 인기를 견인하는 이유는 또 있다. 공교롭게도 고물가다. 외식물가가 치솟으면서 가성비가 좋은 컵라면을 찾는 이들이 늘어났다는 거다. 행정안전부 지방물가정보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 김밥 한줄 가격은 3500원을 기록했다. 김치찌개 백반은 8192원, 비빔밥은 1만1192원이나 됐다.[※참고: 서울 지역 외식 메뉴의 평균 가격이다.]

실제로 컵라면은 봉지라면보다도 저렴하다. 대형 마트 기준으로 컵라면 대부분이 개당 1000원을 넘지 않는다. 일례로 농심 '육개장 사발면'과 '김치 사발면'은 840원이다. 오뚜기 '진라면(컵)'은 대형마트 기준 850원에 판매 중이다(표➍).

라면 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탄핵정국이 맞물리면서 소비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면서 "현재로선 컵라면의 수요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컵라면과 경기의 '웃픈' 방정식이다.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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