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전문직 종사자에 발급되는 H1-B 비자
상한선 폐지 주장에 反이민 정서 강한 지지자 반발
머스크 “이 문제 놓고 전쟁에 들어갈 것”
트럼프 “H1-B는 훌륭한 프로그램”… 머스크 손 들어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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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전문직 외국인 노동자에 발급되는 이민 비자 정책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측 내부 분열이 심상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의 ‘1등 공신’이라 할 수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는 27일 이민정책 강경파들을 향해 원색적인 욕설을 곁들이며 “나는 이 문제를 놓고 전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지지로 입장을 바꾼 실리콘밸리 인사들이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추종하는 기존 지지층과 충돌하며 일종의 ‘지분 싸움’을 하는 듯한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논란이 계속되자 트럼프는 28일 “H1-B는 훌륭한 프로그램”이라며 우선은 머스크의 손을 들어줬다.
머스크는 27일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서 “내가 스페이스X와 테슬라, 미국을 강하게 만든 수백 개 다른 회사들을 구축한 수많은 중요한 사람들과 함께 미국에 있는 이유는 H1-B(비자) 때문”이라며 “나는 이 문제를 놓고 전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앞서 백악관 인공지능(AI) 수석 정책 고문에 임명된 인도계 IT 전문가 스리람 크리슈난이 “기술직 이민자들에 대한 영주권 상한선을 없애자”고 주장해 반(反)이민 정서가 강한 매가 지지자들의 질타를 받았는데, 남아프리카공화국 태생의 머스크는 크리슈난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의 전문 직종 종사자가 H1-B 비자를 받으면 기본 3년간의 체류가 허용되고 추후 연장할 수 있는데 국가별 쿼터가 있어 수년간의 대기 기간을 거쳐야 한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전문직 고급 인력에 한해 제한을 없애 이민 문호를 넓히자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머스크는 “미국에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엔지니어이면서 의욕이 넘치는 사람의 숫자가 너무 적다”고 했다. 트럼프 2기 백악관의 ‘AI·가상화폐 차르’이자 성공한 벤처캐피털리스트인 데이비드 색스 전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COO) 역시 크리슈난의 입장을 옹호했고, 정보효율부(DOGE) 수장에 지명된 기업인 출신 비벡 라마스와미 역시 “우리 미국 문화는 탁월함보다는 평범함을 너무 오랫동안 숭배해 왔다” “수학 올림피아드 우승자보다 졸업식 파티 여왕, (우등생) 졸업생 대표보다 운동을 많이 하는 남학생을 더 찬양하는 문화는 최고의 엔지니어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며 힘을 실었다.
AI 분야 선구자 중 한 명인 얀 르쿤 메타 수석과학자는 “STEM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미국인의 50% 이상이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고, 컴퓨터 과학을 포함한 미 최고 대학 공학 분야 박사 과정 학생 대다수는 미국인이 아니다”라고 했다. 머스크를 포함해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구글 창업자, 사티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 등 미국 태생이 아닌 테크 업계 거물들을 호명하며 “미국 기술 회자 창업자와 최고 경영진 상당수가 미국 태생이 아니다” “H1-B 비자 문제로 인한 MAGA의 붕괴를 보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고 했다. 프랑스 출신인 르쿤은 자신이 처음 J-1 비자를 받아 미국에 왔고, 이어 H1-B 비자를 거쳐 영주권을 취득해 미국 시민이 된 과정도 소개했다.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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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28일 뉴욕 포스트 인터뷰에서 “H1-B는 훌륭한 프로그램”이라며 고도로 숙력된 근로자들의 합법적 이민을 지지한다”고 했다. 하지만 반이민 정서가 강한 트럼프 지지자들은 머스크를 ‘트럼프 진영에 침투한 트로이 목마’로까지 표현하며 거부감을 드러낸 상황이다. 트럼프 1기 때 백악관 수석 전략가를 지낸 트럼프의 측근 스티븐 배넌은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H1-B 비자 확대를 지지하는 실리콘밸리 인사들을 ‘올리가르히(oligarch·신흥재벌)’라 비판하며 “이건 미국 시민에게서 일자리를 빼앗아 외국에서 온 계약직 종업원들에게 주고 돈을 덜 지급하려는 사기”라고 했다. 매가를 추종하는 인플루언서들 사이에선 “머스크의 친(親)이민 견해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X에서 일부 기능이 제한되는 정치적 탄압을 겪었다”는 폭로가 제기됐다. 마조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은 “미국의 젊은이들은 셀카를 찍는 것을 그만두고 숙련된 기술·교육을 추구해야 한다”며 “H1-B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고 폐지될 수 있는 숙련된 미국인 노동자가 충분히 많게 되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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