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참사] 동체 꼬리 떨어져나간 덕에 살아
29일 오전 9시 5분쯤 무안공항 활주로에서 발생한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 폭발 사고에서 구조된 20대 남성 승무원이 오후 4시 15분쯤 이대서울병원으로 후송됐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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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당시 객실 승무원 2명이 기적적으로 생존했다. 이들은 여객기 후미에서 승객 서비스를 맡았던 이들로, 사고기 충돌 과정에서 동체 꼬리 부분이 떨어져 나가면서 목숨을 건졌다. 전문가들은 “통상 항공기 사고 때 꼬리 부분 생존율은 높지 않은데 죽음이 이들 코앞에서 멈췄다”고 했다.
남성 승무원 이모(33)씨는 목포 한국병원 이송 뒤 ‘어디가 아프냐’는 질문에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도착을 앞두고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다. 비행기가 다 착륙한 것 같았는데 이후는 기억이 없다”며 “내가 여기에 왜 오게 된 것이냐”고 반문했다고도 한다.
최기영 인하대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항공기 충격이 정면에 집중돼 상대적으로 충격을 덜 받은 꼬리 부분에 있던 승무원들이 생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이철원 |
이씨는 이날 오후 4시 13분쯤 서울 강서구 이대서울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는 여기서 “깨어나 보니 구조돼 있더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대서울병원 주웅 병원장은 오후 9시 기자회견을 열고 “기억상실증을 특별히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트라우마와 회복 방해 등을 우려해 사고 당시 상황과 관련해선 자세히 묻지 않았다”고 했다.
주 원장은 “이씨가 경추가 고정된 상태라 목을 움직일 순 없는 상태지만 눈동자로 시선을 맞추거나 질문에 대해 적절한 대답을 하고 있다”며 시간·장소·사람에 대해 인식하는 능력인 ‘지남력(指南力)’을 잘 유지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목포 한국병원에서 왼쪽 어깨가 골절되고 머리 등을 다쳤으나 맥박은 정상이며 보행도 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대서울병원에서는 제9·10흉추, 좌측 견갑골, 좌측 제1·10늑골 골절과 두개골 바깥 부분의 부종, 두피·이마 부분에 열상 등 다발성 외상을 진단받았다. 주 원장은 이씨가 신경 손상으로 전신마비 등의 후유증 가능성이 있어 집중 관리 중이라며, 심리 치료를 위해 정신건강의학과와의 협진도 예정돼 있다고 했다. 골절 치료엔 몇 주가 걸릴 전망이라고도 한다.
목포중앙병원으로 이송된 여성 승무원 구모(25)씨도 의식이 있는 상태였다. 구씨 역시 발목과 머리 등을 다쳤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전해졌다. 다만 구씨는 이날 오후까지 현 상황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고, 의료진 역시 정신적 충격을 우려해 참사 소식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목포중앙병원 의료진은 “환자가 처음 병원에 도착했을 때 어디가 아픈지 등에 대해 말을 했고, 혈압도 정상이었다”며 “다만 머리 오른쪽에서 피가 많이 흘러 혈관에 손상이 있을 것으로 보이고, 다리가 깔려있었는지 오른쪽 발목이 부어 있었다”고 했다. 구씨는 목포중앙병원에서 봉합 치료와 정밀 검사 등을 받았다.
구씨는 이날 저녁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졌다. 붕대로 머리를 싸맨 구씨는 패딩점퍼와 이불로 얼굴과 몸을 덮고 침상에 누운 채 응급실로 이동했다. 가족으로 보이는 여성 3명이 구씨의 곁을 지켰다.
[김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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