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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사설] 전국 공항에 있는 콘크리트 둔덕, 규정 따질 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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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여수공항에 설치된 대형 콘크리트 둔덕 - 31일 오후 전남 여수공항 남쪽 활주로에서 수십m 떨어진 농로(農路)에서 바라본 착륙 유도 장치(로컬라이저) 구조물. 높이 4m가 훌쩍 넘어 보이는 대형 둔덕은 안쪽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심은 다음 흙으로 덮어 만든 것이다. 둔덕 위 안테나 같은 시설이 착륙 유도 장치다. /진창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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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공항 참사의 가장 큰 원인으로 콘크리트 둔덕이 지목된다. 동체착륙한 사고 여객기가 착륙 유도용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가 설치된 둔덕과 충돌해 폭발한 것이 참사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토교통부는 1일에도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구조물이 규정에 맞는지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참사 나흘째가 되도록 안전 규정 해석조차 못 하고 있다.

수평 착륙을 돕는 로컬라이저는 항공기가 활주로를 지나쳐 부딪혀도 충격이 없도록 부서지기 쉬운 재질로 제작돼야 한다. 상식이자 세계 공통 규정이다. 2015년 우리 국적기가 일본 공항에서 활주로를 이탈했지만 로컬라이저를 뚫고 나간 덕분에 탑승자 전원이 목숨을 구했다. 그런데 무안공항엔 콘크리트판이 매립된 2m 둔덕 위에 로컬라이저가 설치됐다. 노련한 기장도 활주로 근처에 ‘콘크리트 둔덕’이 있으리라곤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범죄 행위에 가깝다”고 평가할 정도다. 이 둔덕만 없었으면 참사가 아니라 기적이 될 수도 있었다.

애초 국토부는 콘크리트 둔덕에 대해 “규정 위반은 아니다”라고 했다. ‘부서지기 쉬운’ 공항 규정이 적용되는 구역 밖에 위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적용 구역 안에 해당한다는 다른 규정이 나오자 “검토 중”이라며 말을 바꿨다. 이것이 구역 안이냐 밖이냐를 따질 문제인가. 국토부는 “2007년 개항 때부터 콘크리트 둔덕이 있었다”고도 했다. 참사에 대한 책임을 최대한 피하거나 미루려는 모습이다.

문제는 ‘콘크리트 둔덕’이 있는 국내 공항이 여럿이라는 점이다. 여수공항의 경우 둔덕 높이가 4m에 달하고 활주로 끝에서 로컬라이저 구조물까지 거리도 300m 미만이다. 포항경주공항의 둔덕은 2m, 광주공항은 1.5m다. 전부 콘크리트판이 박혀 있다. 국토부는 뒤늦게 로컬라이저와 관련해 “전국 공항을 조사 중”이라고 했다. 국토부가 규정을 따지고 전수조사를 하는 중에도 비극은 반복될 수 있다. 최대한 신속히 제거해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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