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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1 (수)

이기흥 회장의 ‘궤변의 위험’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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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자의 궤변은 도를 넘었다.



그는 12월 초 매체 인터뷰에서 “정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정부가 내정한 차기 체육회장 후보가 따로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국가가 체육회 회장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말은 엄청난 폭발성을 지닌다. 일반인들은 문화체육관광부가 회장 선거에 관여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기자가 “이 회장이 만났던 고위 관료의 주관적인 의견을 객관적 사실처럼 ‘정부 내정 후보가 있다’고 말한 것 아니냐”고 묻자, 그제야 “내정을 했다기보다는 그분들끼리 커뮤니케이션이 됐다”고 말을 바꿨다.



이기흥 회장은 체육회장 직무정지에 반발해 낸 집행정지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당한 것에 대해서도 미디어 앞에서 다른 말을 했다. 그는 “법원이 (기각했지만 사실상) 판단을 안 했다. 판단해봐야 의미가 없다는 뜻”이라고 했다. 하지만 문체부가 공개한 판결 요지를 보면, 법원은 “(문체부의 직무정지)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는 것은 공공복리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근거를 제시했다. 이 회장이 법원의 판결문까지 자기식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기흥 회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장에서 “스포츠윤리센터가 테니스협회 회장 선거 후보자를 조사하고 있다”고 했고, 실제 이를 이유로 당시 진행 중이던 테니스협회장 선거를 중단시켰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1년 뒤인 지난 10월 국감장에서 거짓말임이 드러났다. 9월 국회 문체위 현안질의에서도 문체부를 “괴물” “정치집단”이라고 말한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다가 반나절 만에 사과했다.



이기흥 회장의 말은 무책임한 것을 넘어 의도된 왜곡이라는 의심도 준다. 지난해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체육인연석회의에서는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2027 충청권 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 사무총장을 상대로 “형사소추하겠다”고 말했다. 검사만 할 수 있는 형사소추를 여러차례 강조하며 선동한 것은 참칭이다.



이기흥 회장은 궤변이나 말 바꾸기, 억지 논리에 익숙하다. 통상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팩트 체크’가 필요할 정도다. 특히 정부가 체육회장을 내정했다는 발언은 언론마저 우습게 보고, 언론을 이용하는 태도다. 그의 말이 체육과 체육인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면 그것은 사회적 해악이다.



김창금 스포츠팀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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