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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1 (수)

‘조류 충돌’ 이·착륙 때 주로 발생…로마선 랜딩기어 부러진 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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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2년 10월17일(현지시각) 필리핀 마닐라의 국내선 공항에 백로 한 마리가 앉아있다. 마닐라/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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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로 항공기가 추락하거나 작동이 불가능한 사례는 국외적으로도 여러 건이다. 제주항공 무안공항 참사 원인을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지만 새떼가 항공기의 엔진 등 주요 구조물에 빨려 들어갈 경우 이같은 대형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항공 안전 정보 공유 누리집인 ‘스카이 브레어리’(skybrary)에서는 소형 항공기는 새와 기체가 직접 충돌하는 가능성이 크지만, 대형 항공기는 새가 엔진에 빨려 들어갈 경우가 많고 이 경우 비행 능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고 있다. 특히 이륙과 착륙 등 고도 2.5㎞ 이하의 저고도 비행을 할 경우에 새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국외 사례를 보면, 2008년 11월 아일랜드 저비용항공사(LCC) 라이언에어의 보잉 737-800 여객기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한 공항에서 이탈리아 로마 참피노 공항으로 향하던 중 착륙 직전 새떼를 만나 복행(착륙을 시도하다 불가능해지자 다시 이륙하는 상황)을 시도하자마자 엔진 추력이 상실됐다. 이후 항공기가 활주로에 강하게 부딪히며 착륙해 왼쪽 주 랜딩 기어(착륙 장치)가 부러졌다. 당시 항공기는 다행히도 활주로 끝에 도달하기 직전에 멈춰 172명의 승객 중 8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후 확인해보니 약 86건의 새떼와의 충돌 지점이 확인됐다. 활주로 주변에서 발견된 새 사체는 약 120마리로, 이 지역에서 흔한 ‘찌르레기’였다.



국토부는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관제탑에서 제주항공 사고 여객기에 착륙 직전 ‘조류 충돌' 주의를 줬다”며 “조류 충돌 경고 약 1분 후 조종사가 조난신호인 ‘메이데이'를 요청했고, 이후 약 5분 만에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한겨레

2008년 11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한 공항에서 이탈리아 로마 참피노 공항으로 향하던 보잉 737-800 항공기가 착륙 직전 새떼를 만나 복행(착륙을 시도하다 불가능해지자 다시 이륙하는 상황)을 시도하다 엔진 추력이 상실돼 활주로에 비상 착륙했다. 그 과정에서 랜딩 기어 왼쪽이 부러졌다. 항공기는 다행히 활주로 끝에 닿기 전에 멈춰서 172명의 승객 중 8명만 부상을 입었다. 스카이브레어리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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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미국 시카고에서 출발한 유나이티드 항공 여객기 보잉 757-200은 덴버 공항에 착륙한 뒤 감속하는 동안 왼쪽 엔진에 새가 빨려 들어갔다. 연기가 나오며 엔진은 꺼졌다. 185명의 승객 중 부상자는 없었지만 일부 파편으로 항공기 동체가 훼손됐다.



이륙 중 조류 충돌도 위험하다. 2009년 7월15일 이란 테헤란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에서 카스피안 항공 7908편이 추락해 탑승객 168명 전원이 사망했다. 이륙 중이던 항공기 엔진에 새가 빨려 들어가면서 화재가 발생했고, 항공기는 이륙 약 16분 지나 공항에서 120㎞ 떨어진 들판에 추락했다.



2019년 3월 에티오피아 항공기가 이륙 중 추락해 157명이 사망한 사고도 새떼와의 충돌 흔적이 있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는 조류가 항공기 기체와 충돌하면서 항공기의 날개와 기류 각도를 알려주는 받음각(AOA) 센서가 손상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때 항공기의 속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는 ‘자동실속방지시스템’ (MCAS)이 오작동을 일으키면서 자동으로 기수를 아래로 향하게 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한 항공사 기장은 “조류 충돌로 AOA 센서까지 손상되는 경우는 정말 드문 경우”라고 설명했다.



2009년 1월 미국 뉴욕 라과디아에서 노스캐롤라이나 샬롯으로 향하던 항공기가 이륙 직후 뉴욕 허드슨강에 비상 착륙해 탑승객 155명이 구조된 사건도 캐나다 거위떼와의 충돌 사고가 원인이었다. 이 사건은 2016년 ‘허드슨 강의 기적’으로 영화화됐다.



호주 교통안전위원회(ATSB)는 2008~2017년 사이 1만6626건의 조류 충돌이 있었다고 보고했다. 미국 연방항공청도 2022년 1만7200건의 조류 충돌을 보고했다. 미국에서는 조류 충돌로 인해 연 5억 달러의 피해를 본다고 집계하고 있다. 스리랑카의 마탈라 라자팍샤 국제공항은 조류 충돌 위험이 높아 ‘세계의 텅 빈 공항’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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