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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1 (수)

중국 맥도날드의 ‘빈곤 세트’ [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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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9일 중국 허베이성 쭌화의 한 슈퍼마켓에서 주민들이 물건을 보고 있다. 쭌화/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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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신셴 | 대만 국립정치대학 국제관계연구센터 소장



최근 중국 경제는 심각한 침체 상태에 빠져 있다. 지난 12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는 내년도 제1 주요 과제로 “대대적인 소비 진작과 투자 효율 제고, 전방위적인 국내 수요 확대”를 제시했다. 이후 정부는 내수 확대와 소비 진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소비 촉진 특별 행동 등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한다.



첫째, 중국 경제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하락세였고 코로나 이후 이런 경향이 더욱 심화됐다. 미-중 무역 전쟁과 외국 자본의 이탈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핵심 이유는 주민들이 경제 전망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무원은 지난 8월 식음료와 숙박, 가사 서비스 및 노인·육아 돌봄 등 ‘기초 소비 잠재력’을 강화하겠다고 했고, 중앙은행과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택건설부, 재정부 등은 기자회견을 열어 경제 부양을 위한 다양한 조처를 발표했다. 베이징과 상하이, 청두, 항저우 등 주요 도시들도 소비 쿠폰을 배포하는 등 경기 부양에 나섰다. 하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둘째, 경제 전망이 불확실한 가운데 주민들은 소비를 줄이는 ‘소비 하향화’를 선택하고 있다. 특히 외식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데, 베이징과 상하이의 외식업은 수익이 거의 없고,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외식업체는 대규모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고, 맥도날드는 13.9위안(약 2800원)짜리 저가 세트를 선보여 ‘빈곤 세트’라는 별명을 얻었다. 극단적인 저가 상품도 출시됐다. 이런 흐름은 산업 전체의 수익률 하락과 시장 가격 왜곡 문제를 초래하고, 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셋째, 경기 부진은 중국 사회의 세대 간 격차를 드러냈다. 안신증권의 수석 경제학자 가오산원은 강연에서 중국 사회를 “활기찬 노년층, 우울한 청년층, 희망을 잃은 중년층”으로 묘사했다. 그는 높은 청년 실업률이 청년 세대의 불안을 초래한 주된 원인이며, 노년층은 연금 혜택을 받아 정상적인 소비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농촌 지역에 한 주에 수백위안을 내면 입주할 수 있는 ‘청년 요양원’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입주자들은 대부분 스트레스가 많은 도시 청년들이다.



넷째, 장기 경제 침체는 사회 안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에서는 목적이 불분명한 무차별 폭력 사건이 올해에만 최소 20건 이상 발생했다. 가장 심각한 사건은 지난달 11일 광둥성 주하이 체육센터에서 발생한 차량 돌진 사건으로, 35명이 숨지고 43명이 다쳤다. 상하이와 후난 등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 당국은 이런 사건을 주로 ‘개인적 요인’으로 규정하지만 근본 원인은 지속되는 경제적 어려움과 관련이 깊다. 생활 압박이 가져온 절망감이 일부 주민으로 하여금 극단적인 방식으로 사회에 대한 복수를 선택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중국은 내수 부족과 소비 침체라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외식업 수익 급락, ‘빈곤 세트’의 유행, 세대 격차, 그리고 ‘청년 요양원’ 등 현상은 내수 부족이 미치는 영향을 분명히 보여주고, 사회 안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최근 여러 중국 경제학자가 소비 침체와 관련해 발표한 강연이 모두 삭제됐고, 소셜미디어 계정 또한 제한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공산당이 ‘단순 명확한’ 경제 문제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주민들이 정책 성과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을 우려해 관련 여론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정권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고방식으로, 공산당 정권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효과적인 정책을 내놓지 못하면, 경제 성과가 계속 악화될 뿐만 아니라 정부의 권위 역시 약화될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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