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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목)

'둔덕 위 콘크리트 구조물' 문제? 국토부 "다른 공항에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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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비행기, 활주로 끝 둔덕과 충돌
국내외 전문가 "둔덕·구조물 설치 의아"
한국일보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2216편 추락 사고 현장. 둔덕 위에 구조물 등이 설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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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2216편 추락 참사로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숨진 가운데, 국내외 항공 전문가들이 여객기와 충돌한 '둔덕 위 콘크리트 벽'이 사고를 더 키웠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만 국토교통부는 이런 구조물이 "다른 국내 공항에도 설치된 것"이라고 밝혔다.

김인규 항공대학교 비행교육원장은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둔덕이 없었다면 여객기는 지금보다는 좀 더 온전한 상태로 남았을 것"이라며 "사고 영상을 보면서 가장 의아했던 부분이 바로 둔덕이다. 어느 공항에서도 이런 높이의 둔덕을 본 적 없다"고 했다. 김 원장이 언급한 둔덕이란 항공기 착륙을 유도하는 안테나 설비인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구조물을 말한다

김 원장은 "사고 영상을 보면 항공기가 둔덕에 부딪히면서 굉장히 큰 충돌이 일어나고 동체가 동강이 나면서 바로 화재가 발생했다"면서 "둔덕이 없었다면 항공기는 계속 밀고 나가서 외벽을 뚫고 넘어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해외 항공 전문가도 '둔덕과 구조물' 언급


해외에서도 '둔덕과 그 위에 설치된 구조물 등이 더 큰 문제를 일으켰을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항공 안전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30일(한국시간) 영국 스카이뉴스에 출연해 "착륙 시에 조종사가 랜딩 기어를 내리지 못한 문제가 발생해도, 그 자체가 탑승객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직접적 원인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승객들은 활주로 끝을 조금 벗어난 곳에 있던 견고한 구조물(solid structure)에 부딪혀 사망했는데, 원래라면 이 구조물은 해당 위치에 있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조물 위의 로컬라이저는 대개 땅에 고정돼 있지만 충돌 시에는 기체에 큰 손상을 주지 않도록 부러지거나 접히도록 설계된다"면서 "그런데 이번에는 비행기가 그 구조물에 부딪혀 그대로 찌그러지고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나라들은 ILS 안테나를 설치할 때 보통 그것을 콘크리트 구조물 안에 박아 설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로컬라이저는 항공기 착륙을 유도하는 시설로, 활주로의 좌우를 기준으로 항공기가 활주로 중앙으로 정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구조물을 의미한다. 로컬라이저는 보통 활주로와 같은 높이에 설치되지만, 무안공항에선 둔덕 위 콘크리트 구조물에 설치됐다.

또 다른 미국 항공 사고 조사 전문가 데이비드 수시도 미국 CNN 인터뷰에서 "공항은 착륙장비(랜딩 기어) 없이 착륙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하며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벗어나 잔디로 미끄러지더라도 이런 종류의 장애물이나 장벽이 활주로 근처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이번 사고의 경우 콘크리트에 설치된 조명시설(lighting facility)이 정확히 그 자리에 위치했는지 아직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것이 거기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국토부 "다른 국내 공항에도 설치돼 있어"


그러나 무안국제공항 측은 "항공기의 착륙을 안전하게 유도하기 위한 로컬라이저는 내구연한이 도래해 규정대로 설치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도 "다른 국내 공항에도 설치된 것"이라고 밝혔다. 항공안전을 총괄하는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무안 여객기 사고 관련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무안공항은 활주로 종단 안전구역 외곽의 활주로 끝단에서 약 251m 거리에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이 설치돼 있다"며 "여수공항과 청주공항 등에도 콘크리트 구조물 형태로 방위각 시설이 있다"고 설명했다.

오세운 기자 cloud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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