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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이슈 미술의 세계

    딱딱한 ‘한국 조각판’ 껍질 깨려 고투…이종빈을 추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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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이종빈 작가가 1996년 만든 채색 테라코타 작품 ‘여인의 두상’.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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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조각계의 굳은 각질을 깨려고 고투하다 6년 전 홀연히 세상을 뜬 작고 작가 이종빈(1954~2018). 그를 추억하는 작품마당이 한해의 끝자락에 펼쳐지고 있다. 서울 회현동 금산갤러리와 서울 견지동 동산방화랑에 각기 차려놓은 작은 회고전 ‘무거운 스케치북’에서 지난 30여년간 그가 작업했던 크고 작은 이야기 조각들과 친필 드로잉들을 만난다.



    이탈리아 카라라에서 유학한 이 작가는 귀국 뒤인 1990년대 초반부터 재료의 물성에만 주력하는 기존 조각계의 풍토와 결별하고 한국 사회의 일상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삶과 내면을 끌어들인 이른바 ‘생활조각품’들을 내놓으며 각광을 받았다. 맞닥뜨리는 현실을 다각도로 담아내려는 그의 표현 욕구는 사지가 잘리거나 왜소한 몸과 얼굴 형상을 구리덩이나 합성수지로 표현하거나 동식물의 도상과 인간의 도상이 결합하는 기묘한 육감의 조형물 작업으로 갈래를 쳐나갔지만, 갑작스럽게 병마가 찾아오면서 작업을 온전히 숙성시키지 못한 채 생을 마쳤다.



    한겨레

    이종빈 작가가 1992년 새기고 칠한 채색 목판 조각작품 ‘독립가옥들이 있는 풍경’의 세부.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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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기 고립된 섬 같은 언덕 위 집들의 굴뚝에서 허연 연기를 수직으로 피워올리는 목판 채색조각물 ‘독립가옥들의 풍경’(1992)과 먹먹한 눈길로 먼 허공을 응시하는 ‘여인의 두상’(1996) 같은 ‘생활조각품’들과, 고개는 위로 돌린 채 몸은 엎드린 자세를 한 철조형물 ‘왜곡’(1997) 등의 거칠고 뒤틀린 인체상들이 수십여점의 밑그림 드로잉들과 함께 나왔다. 한국현대미술사에 일상과 소통하는 형상 조각의 스타일을 아로새김해놓고 이승을 떠난 작가의 내공을 새삼 되새겨보는 감상의 시간이다. 31일까지.



    글 ·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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