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승객 181명중 179명이 사망한 이번 항공사고의 원인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제주항공의 무리한 원가절감 경영 방식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 여객기의 월평균 가동시간은 최근 4년 연속 꾸준히 증가한 반면, 항공기 안전관리 인력은 이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 월평균 가동시간은 2021년 90시간에서 2022년 167시간, 2023년 394시간, 2024년(3분기) 481시간 등으로 4년만에 364% 증가했다. 올해 제주항공 가동시간은 대한항공(355시간), 아시아나(335시간), 진에어(371시간) 등 국내 6개 항공사와 비교해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같은기간 제주항공 소속 정비사수 증가율은 0.8%에 그쳤다. 국토부 항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제주항공 소속 정비사는 469명, 운항관리사는 50명으로 2021년과 비교하면 정비사(465명)는 0.8% 늘어나는데 그쳤다. 올해(1~11월) 제주항공 운항편수는 국제선·국내선을 합쳐 7만3926편으로, 2021년(3만6187편)보다 104.3%나 늘었는데 정비인력 증가 속도는 이에 미치지 못해 결과적으로 1인당 정비사 작업량이 늘어난 셈이다.
코로나19 팬더믹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항공편수의 급격한 증가에 비해 이를 관리할 안전 인력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올해 제주항공 운항편수는 대형 항공사인 아시아나(7만9179편)와 비슷한 수준이고, LCC 업계 2위인 진에어(5만5107편)보다도 1.5배 가까이 많았다.
이번에 사고가 난 제주항공 7C2216편도 최근 48시간 동안 무안·제주·인천공항, 태국 방콕, 일본 나가사키 등을 오가며 모두 13차례나 운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기 운항횟수가 많다고 사고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횟수가 늘면 정비를 위한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할 순 있다"고 했다.
제주항공은 8개 국적 항공사 가운데 항공기 평균 기령(사용 연수)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기술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 평균 기령은 14.4년으로 대한항공(11.4년), 아시아나항공(12.3년)보다 많다. 같은 LCC인 에어부산(9.7년), 진에어(12.7년), 티웨이항공(13.0년)과도 차이가 났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대형항공기 평균 기령을 9년으로 보면 LCC는 평균 12년 정도라 노후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LCC의 기체 연령이 높은 이유는 중고 항공기를 임차해 최대한 가동횟수를 늘리는 비즈니스 모델 탓"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후화된 항공기는 높은 가동률, 항공운용비용 상승, 기체 피로도 가중 등 다양한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철저히 안전대책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주항공 측 기체 피로도와 항공기 노후도는 사고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회사 측은 우선 사태 수습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제주항공은 이날 임직원 300여명을 무안공항 현장에 급파해 유가족들과 1:1 매칭을 통해 심리지원, 보상논의, 장례절차 합의 등에 착수했다. 송경훈 제주항공 경영지원본부장은 "유가족들이 원하는 방식과 절차를 최대한 존중해 장례 절차를 진행하겠다"면서 "오늘부터 재보험사 관계자들과 보험금 지급 논의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아주경제=한지연 기자 hanj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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