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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거대한 변화의 물결 앞에 서 있다. 그 물결의 정체는 바로 인공지능이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최근 발간한 'IT & Future Strategy' 5호는 이 시대의 가장 뜨거운 화두인 인공지능의 미래를 해외 주요 도서 9권을 통해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2023년부터 2024년 3분기까지 발간된 인공지능 관련 해외 도서들을 면밀히 검토하여 선정한 이 아홉 권의 책은, 우리가 마주할 AI 시대의 모습을 다각도로 조망한다.
"AI가 새로운 기술적 위협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동시에 그 위협을 해결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 또한 급격히 향상될 것이다." 레이 커즈와일의 'The Singularity Is Nearer'에서 발췌한 이 문장은, 우리가 직면한 AI 시대의 양면성을 정확하게 짚어낸다. 기술은 늘 그래왔듯이 문제와 해결책을 동시에 제시한다.
이번 보고서에서 다룬 9권의 도서는 크게 세 가지 주제로 분류된다. AI 발전과 미래 전망, AI와 인간의 공존, 그리고 AI의 사회적 영향과 윤리적 문제다. 각각의 저자들은 자신만의 관점에서 AI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며,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들을 제시한다.
먼저 커즈와일은 2045년경 특이점(Singularity) 도래를 예측하며, 인간의 지능과 기계의 융합이 가져올 근본적 변화를 전망한다. 그의 시각은 낙관적이다. '수익률 가속화의 법칙'에 따라 기술 발전이 자체적인 발전을 촉진하여 점점 더 비용이 저렴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궁극적으로 나노기술은 클라우드에서 가상 뉴런을 통해 인간의 뇌와 AI를 융합하여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선 수백만 배의 컴퓨팅 능력을 제공하고, 인간의 지능과 의식이 크게 확장되는 시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유발 하라리는 'Nexus'에서 좀 더 비판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그는 정보와 AI가 인류 문명에 미치는 근본적 변화를 분석하면서, 우리가 얼마나 이를 현명하게 다룰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진다. 특히 대규모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권력의 집중 문제를 지적하며, 이것이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의 분석은 기술 발전이 가져올 혜택뿐만 아니라 잠재적 위험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살만 칸의 'Brave New Words'는 교육 분야에서 AI가 가져올 혁신에 주목한다. 그는 AI를 통한 맞춤형 교육의 실현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이것이 교육의 형평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모든 학생이 자신의 학습 속도와 스타일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면, 교육의 질이 전반적으로 향상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교육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AI for Good'의 저자들은 AI의 공익적 활용 방안을 제시하며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특히 지속가능성, 인도적 행동, 보건 분야에서 AI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구체적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위성 데이터와 AI를 결합하여 환경 모니터링, 재난 대응, 의료 서비스 개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이룬 사례들은, AI 기술이 단순한 이윤 추구를 넘어 인류의 보편적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페이페이 리의 'The Worlds I See'는 이미지넷 창시자의 관점에서 AI 발전사를 되짚어보며, 인간 중심의 AI를 향한 비전을 제시한다. 그녀의 여정은 AI 기술의 발전이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인간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특히 기술 발전 과정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가 보존되어야 한다는 그녀의 메시지는 깊은 울림을 준다.
메러디스 브루사드의 'More than a Glitch'는 AI 기술의 편향성과 사회적 불평등 재생산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그녀는 기술이 결코 중립적이지 않으며, 우리 사회의 편견과 차별이 AI 시스템에 그대로 반영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AI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편향성이 어떻게 소외계층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Unmasking AI'의 저자 조이 부올람위니는 MIT 출신 연구자로서 직접 경험한 AI 기술의 편향성과 윤리적 과제를 다룬다. 그녀는 AI 시스템의 작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별과 배제의 메커니즘을 상세히 분석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Feeding the Machine'은 AI 생산 네트워크에 숨겨진 인간 노동의 현실과 불평등 구조를 폭로한다. 저자들은 AI 시스템이 실제로는 수많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보이지 않는 수고에 의해 유지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이러한 구조적 불평등이 해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 도서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AI는 양날의 검이며,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낙관론자들이 그리는 장밋빛 전망과 비관론자들의 우울한 예측 사이에서, 우리는 균형 잡힌 시각으로 AI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AI 기술의 발전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 과정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윤리적 가치가 보존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AI의 발전이 기존의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지적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 개발자들의 윤리의식 함양, 적절한 규제 체계 수립, 시민사회의 감시와 참여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더불어 AI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된다. 단순히 기술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는 것을 넘어, AI가 가져올 사회적 변화를 이해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미래 세대가 AI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데 필수적이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AI를 대하는 새로운 태도다. 맹목적인 기술 숭배도, 비관적인 기술 혐오도 아닌, 냉철한 이성과 따뜻한 인간성이 조화를 이루는 접근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이번 보고서가 우리에게 전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일 것이다.
AI의 미래는 이미 써져있는 각본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써나가야 할 이야기다. 그 이야기가 희망적인 결말을 맺을지, 아니면 디스토피아로 끝날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AI의 발전을 무조건적으로 환영하거나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우리 사회와 인류에게 진정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다.
글 : 손요한(russia@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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