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프 호이스겐 뮌헨안보회의 의장. 사진 뮌헨안보회의(MSC)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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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까지 20일 남짓 남은 가운데, 유럽 각국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평화 협상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럽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수호 의지를 가장 강력히 밝혀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안보는 ‘유럽의 문제’라는 트럼프 당선인의 기조 아래 협상 이후 유럽이 지게 될 안보적 책임을 두고 갈림길에 서 있다.
한겨레는 지난달 12일 크리스토프 호이스겐 뮌헨안보회의 의장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평화 협상에 대한 전망을 들어봤다.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뮌헨안보회의는 국제 안보 정책의 담론을 이끄는 대표적인 회의체로, 올해로 61년째 이어지고 있다. 2017∼2021년 유엔주재 독일대사를 지낸 호이스겐 의장은 2022년 2월부터 뮌헨안보회의를 이끌고 있다. 그는 2005년 독일 연방 총리실의 외교 정책 부서를 이끌며 앙겔라 메르켈 당시 총리에게 정책 자문을 제공하는 등 40년 넘게 외교관으로 활동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협상을 어떻게 전망하나.
“새로운 미국의 대통령이 무엇을 하게 될지 우리 모두 기다리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가) 무엇을 제안하던, 새로운 역할이 발생할 것이다. 협상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려면 우크라이나가 강점을 가진 입장에서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힘’만을 존중한다. 때문에 평화를 위한 협상이 있으려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 특히 재정적·군사적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
―러시아의 실제 협상 의지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는가.
“지금까지 러시아는 협상에 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지만 그 조건은 우크라이나가 수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자가 협상을 제안했을 때 러시아가 이를 거절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러시아가 전쟁을 지속하기보다 멈추는 것이 더 이익이 된다고 믿어야 성공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흥미로운 건 러시아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전 대통령을 끝까지 지키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러시아의 한계와 약점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푸틴 대통령의 최우선 목표인 우크라이나 상황과는 다를 수 있지만, 러시아의 힘이 무한하진 않음을 시사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 러시아의 점령지 일부를 양보할 가능성을 이제 언급하고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안보 보장을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의 계획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우리가 어떤 현실 위에 있는지 봐야 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는 적어도 일시적으로는 러시아 점령하에 있게 되는 걸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여기 동의하더라도, 강한 보증이 필요하다. 이는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의 실패 경험에서 기인한다. 당시 러시아와 미국, 영국 등의 압력으로 우크라이나는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러시아로부터 영토와 주권 보존을 보장받기로 했지만, 러시아는 이를 지키지 않았고 미국과 영국도 군사적 개입을 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 이런 경험에 비춰,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토 가입이나 그에 상응하는 방식의 강력한 안보 보장이 있어야 거래에 동의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는 휴전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사실상 배제하는 것 같다. 이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입장과 상반되는데.
“젤렌스키 대통령이 적어도 (러시아에) 점령되지 않은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나토 가입을 원하는 건 이해할 만 하다. 러시아가 공격을 멈추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그것이 가능할 진 의문스럽고, 트럼프 당선자는 현 상황에서의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반대하는 조 바이든 현 대통령보다 (여기에) 더 긍정적일 것 같진 않다.”
―당신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
“현 단계에서 전투가 계속되는 한은 그렇다. 일단 휴전이 되고 안정적인 소통 라인이 생긴다면, 가능할 거라 본다. 이 상황은 냉전기 독일과 비교해볼 수 있다. 공식적으론 독일 전체가 나토에 가입됐지만, 실제로 회원국들의 집단방위를 상징하는 나토 헌장 5조는 서독에만 적용됐다. 안전 보장은 우크라이나가 실효 지배하는 영토에만 적용될 수 있다.”
―유럽의 안보 관점에서 한반도의 남북 분단 모델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한반도에서와 같은 상황이 우크라이나에서 재현될 수 있다. 한국처럼 평화조약은 없지만 휴전 상태가 유지되고, 이론적으론 여전히 전쟁 상태다. 물론 그 상황은 매우 긴장된 상태일 수밖에 없지만 동시에 주한미군과 미국의 지원이 남한을 지켜주는 핵심 억제 수단이 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우크라이나 안보는 ‘유럽’의 문제이고, 미국의 책임은 아니라고 한다. 결국 유럽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생각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부터 미국은 유럽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꾸준히 요구해 왔다. 특히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도 모든 회원국이 국내총생산(GDP)의 2%를 국방비로 지출하기로 약속했지만, 유럽은 그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1기 때도 이 점을 분명하게 말했다. 그는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더 신경을 써야 하고, 유럽은 스스로의 안보라를 지키라고 했다. 솔직히 그의 주장은 맞다. 유럽은 스스로의 안보를 책임지고, 약속한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서방의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허용했다. 하지만 독일은 타우르스 미사일을 제공하지 않았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조심스럽고, `전쟁광’처럼 보이길 원치 않는다. 확전을 원하고, 단지 전쟁이 끝나길 바라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모습은 소구력이 있다. 그는 유럽의 파트너들과 조율 없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처음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통화도 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2014~2015년 러시아가 처음으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했을 때, 우리는 단결된 유럽의 대응을 봤다.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 협력해 푸틴에게 민스크 협정을 받아들이도록 압박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프랑스와 독일의 동맹은 부재하다. 역사는 유럽연합이 강력한 프랑스-독일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며, 이상적으로는 폴란드와 함께 소위 바이마르 삼각 협력 형식을 통해 단결하고 강력한 행위자로 자리잡아야 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꾸준히 미국의 나토 탈퇴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런 시나리오에 나토 회원국들은 얼마나 대비가 되어 있다고 보는가.
“(미국의) 철수는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유럽 국가들도 이를 대응할 준비가 된 건 아니다. 여전히 군사 장비와 첨단기술, 그리고 많은 군사 물자에서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만약 특정 상황에 미국이 개입하지 않기로 결정한다면, 유럽은 스스로를 방어할 충분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국가들은 러시아의 위협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대비에 소홀하지 않았지만, 다른 국가들은 위협의 시급성을 느끼지 못했고, 러시아의 위협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 측면이 있다. 독일 정부가 (군사 지출을 위한) 특별기금을 마련한 건 올바른 결정이었지만, 특별기금이 소진되면 다시 1.5%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안보와 자유를 지키려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국과 나토의 관계는 어떻게 재편될 것인가. 강력하고 전통적인 동맹이 유지될 수 있을 거라고 보는가. 유럽이 독자적인 안보를 강화하는 ‘전략적 자율성’은 어느 정도로 이뤄질 수 있을까.
“프랑스는 오랫동안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을 밀어붙였다. 나 또한 우리가 더 강한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는 에마뉴엘 마크롱 대통령 뜻에 동의한다. 그러나 우린 아직 거기에 도달하지 못했고, 미국이 여전히 필요하다. 우리가 스스로의 방어를 위한 투자를 늘리는 동시에 미국이 유럽 안보에 계속 관여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누군가는 사회복지, 연금, 건강과 같은 분야가 국방보다 중요하다고 말하겠지만, 내게 묻는다면 우리의 안보와 자유가 최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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