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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이슈 증시와 세계경제

[美친 증시]① 대통령 취임 첫해 주가 떨어진 건 9.11테러 때뿐… “이익 성장도 글로벌서 독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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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은 서학개미, 특히 미국 증시 투자자에게 완벽한 한 해였다. 나스닥종합지수와 S&P500지수의 연간 상승률은 30% 안팎을 기록했다. 반면에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연초보다 각각 9.9%, 21.7%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요즘 주식 투자하는 개인 열에 아홉은 같은 질문을 한다. “2025년에도 미국 증시는 고공 행진을 이어갈까?” 낙관론이 지배적이지만, 스멀스멀 비관론도 나온다. 강세장과 약세장을 전망하는 양 측의 의견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미국 증시가 지난해 가파르게 오르면서 2025년 조정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지만, 강세장을 이어갈 것이란 낙관론도 많다. 그동안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 임기 첫해엔 경제에 힘을 싣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상승 흐름을 보인 때가 대다수였는데,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2025년 1월 중 출범하기 때문이다.

갈수록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업의 수익성도 미국 기업이 상대적으로 탁월할 전망이다. 통화정책이 긴축에서 완화로 돌아선 것도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감에 힘을 보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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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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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989년 이후 S&P500지수가 대통령 취임 첫해 하락한 것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1기 행정부가 출범한 2001년뿐이다. 당시 ‘닷컴버블’이 붕괴하면서 시장이 흔들린 와중에 9·11 테러까지 터졌던 영향이 컸다.

이후 S&P500지수는 대통령 취임 첫해마다 강세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에는 19.4%,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2021년에는 26.9% 올랐다. 성과가 필요한 새 정부가 경제정책에 무게를 실으면서 증시도 힘을 받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 중 법인세 인하가 당장 기업의 수익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법인세를 15%까지 내리겠다고 공언해 왔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법인세를 35%에서 21%로 인하해 줬을 때도 기업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당선인이 법인세와 함께 개인 소득세까지 인하하면 가처분 소득이 늘어 미국 내수경기를 뒷받침할 수 있다. 이밖에 원유 생산량을 약 20% 늘리기로 한 점이나 불필요한 정부 부처의 예산과 인원을 축소하기로 한 점도 시장에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는 정책으로 꼽힌다.

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감세 정책은 기업과 개인 모두 가용 자금을 늘려주는 효과가 있어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 확대, 내수 경기 활성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규제를 축소하고 효율화를 꾀한다는 점에서 전통 규제 산업인 금융, 에너지, 인프라 분야가 혜택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물론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에 60%, 캐나다·멕시코에 10%의 보편적 관세를 언급했는데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법안 처리 등이 필요한 만큼 2025년부터 곧바로 시행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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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1월 19일 미국 텍사스주브라운스빌에서 열린 스페이스X 6차 시험발사 현장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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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기업 성장성에 자금 선순환까지

미국 증시를 낙관하는 바탕에는 기업 경쟁력도 있다. 지난해 S&P500지수 내 기업의 주당순이익(EPS)이 2023년보다 평균 9%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2025년엔 10%를 넘어설 전망이다. 나스닥종합지수 기업만 보면 2025년 EPS 성장률이 3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성장 산업 분야에서 미국 기업의 경쟁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특히 EPS 증가는 기업이 더 쉽게 자금을 조달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헤지펀드의 전설 조지 소로스의 ‘재귀성 이론(theory of reflexivity)’을 토대로 주가수익비율(PER·시가총액 ÷ 순이익)과 EPS가 서로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주식시장에 비춰보면 AI를 비롯한 미국 기업들은 주가 상승으로 자본을 조달해 기업활동을 펼치기 쉬워졌고, 펀더멘탈(Fundamental·기초 체력)은 더 좋아질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며 “업황이 좋아지면 앞으로 시장은 또다시 주가 상승으로 화답할 공산이 크다”고 했다.

미국 기업들은 벌어들인 돈으로 주주환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선순환을 만들고 있다. S&P500지수 내 기업의 연간 자사주 매입 규모는 10년 새 4배 넘게 늘면서 올해 9000억달러(약 13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2025년엔 1조달러 선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식 수가 줄어드는 만큼 EPS가 더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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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 18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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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T 종료와 금리인하, 증시로 흐르는 자금

유동성 우려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022년 6월부터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양적 긴축(QT)에 나섰다. 표면적으로는 유동성을 줄이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주식 시장으로 돈이 흘러 들어왔다.

연준이 자산을 줄이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조정한 역환매조건부채권(RRP·역레포) 잔액을 보면 지난 2년여 동안 1조8000억달러(약 2600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역레포는 연준이 미국 국채를 담보로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일이다. 역레포가 늘면 연준이 그만큼 시장의 유동성을 흡수했다는 의미다. 반대로 역레포 잔액이 줄어든 만큼 증시 유동성이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역레포와 재무부일반계정(TGA) 잔고의 감소가 시중 유동성 증가로 귀결될 수 있다”며 “연준의 QT에 대응해 표면적으로는 유동성이 감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주식 등 투자처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 증시의 연초 상승 랠리 기대감을 더 확고하게 만드는 수급 요인”이라고 했다.

연말 역레포 잔고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시장에선 연준이 2025년 하반기쯤 QT를 종료할 것으로 본다. 마찬가지로 유동성 공급 측면에서 긍정적 요인이다. 시장의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2025년 말까지 연준이 0.25%포인트씩 두 차례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권오은 기자(ohe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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