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7년간 무안공항을 이용했다는 비행교관이자 조종사 A씨는 “수년간 이착륙하면서 상공에서 눈으로만 둔덕을 확인했고 당연히 흙더미인 줄 알았지, 콘크리트 재질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그는 “높이 2m에 두께 4m 콘크리트 덩어리라는 것이 공항 차트 등에 적혀있지도 않고, 안내를 따로 받은 적도 없다 보니 다른 조종사들 역시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엿새째인 3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에서 사고 기체의 꼬리 부분이 타워크레인에 의해 인양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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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을 이용할 때마다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 위험성을 인지하고, 항공 기술 정보시스템(ATIS)을 통해 새 떼를 신경 썼다고 했다. A씨는 “체감상 1년에 한 번 정도는 날개 부위 등에 조류 충돌 피해가 발생했다”며 “항상 주파수를 통해 기상 상황을 확인하는데 무안공항은 최근에는 매일 조류 활동 안내가 나왔고, 관제사도 활주로에 새들이 있으면 연락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항공기의 경우 기체가 크다 보니 조류 충돌에 대처하기 훨씬 힘들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사고 여객기와 동일 기종인 보잉 737-800 기장이었던 파일럿 출신 유튜버 ‘재테크 읽어주는 파일럿’은 지난 2일 ‘무안공항 동체착륙은 최고였지만 결국 이것이 문제였다’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조종사는 최고의 동체 착륙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콘크리트 둔덕을 문제 삼았다. 그는 “콘크리트 둔덕이 없는 상태에서 쭉 미끄러져 갔으면 충분히 감속할 수 있는 공터가 있다. 콘크리트 둔덕 때문이지 활주로에서 터치 다운한 게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기장과 부기장은 충돌 직전까지 리버서를 당기고 끝까지 비행기를 놓지 않고 세우려고 했다”며 “조종사가 모르는 게 있었다면 무안공항의 콘크리트 둔덕이다. 이건 KTX가 와서 부딪혀도 폭발할 정도다. 전 세계 어딜 봐도 로컬라이저를 콘크리트 둔덕 위에 설치한 곳은 없다. 콘크리트 둔덕이 설치된 공항들의 구조물은 전부 부수고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공항에 이마스(EMAS)가 설치되지 않은 건 아쉬운 부분으로 꼽았다. 이마스는 충격을 받으면 부서지는 발포 콘크리트로, 비행기가 활주로를 벗어나면 콘크리트가 수수깡처럼 부서지면서 동체를 멈춰 세운다.
그는 “해외 공항에는 이마스가 많으며, 감속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마스를 설치하지 않은 이유는 일회성이기 때문이다. 한 번 사용해서 부서지면 다시 깔아야 한다”며 “하지만 사람 생명보다 중요한 게 없다. 콘크리트 둔덕을 없애고 이마스를 설치하면 랜딩 기어가 안 내려오는 상황에서도 감속시켜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했다.
이인아 기자(ina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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