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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가족끼리 짝지어 놓인 위패···새해 첫날 통곡의 무안공항분향소[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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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소에 유가족·시민 추모발길 이어져
돼지저금통에 “친구야 맛있는 거 사 먹어”


경향신문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대표들이 참사 사흘째인 지난해 12월3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공항동 1층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희생자를 조문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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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입국장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는 유가족과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난 31일 오후 7시 마련된 분향소는 다른 분향소와는 달랐다.

희생자들의 위패나 영정중 상당수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나란히 놓이지 않고 2개나 3개씩 짝을 지어 붙어있었다.이번 참사에서 희생된 가족 희생자의 경우 함께할 수 있도록 위패를 묶어 배치한 것이다.

한 곳에는 위패 세 개가 모여있기도 했다. 그 왼편에는 세 가족이 밝게 웃고 있는 사진이 올려져 있었다.

밝게 웃는 영정을 등지고 분향소를 나온 유가족들은 슬픔을 이기지 못했다. 아들을 잃은 한 유가족은 “내 아들 보러 갈라네. 내 아들 보러 갈라네”하다 주저앉았다. 또 다른 유가족은 답답함과 원통함을 토로하며 발을 굴렀다.

유가족이 통곡하며 대답 없는 가족을 불렀다. 한 유가족은 “언니야, 언니야. 우리 아기 어떻게 해”라며 울부짖었고, 또 다른 유가족들은 “내 동생 어떻게 해” “말 좀 해줘. 여보 어떻게 살아”라며 막막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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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박세아씨(37)가 지난해 12월3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공항동 1층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합동분향소에 참사 희생자를 조문하러 왔다. 김송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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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를 조문하는 일반 시민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합동분향소가 차려지기 2시간 전쯤 공항동 바깥에서 만난 박세아씨(37)는 손에 장미와 안개꽃이 섞인 흰색 꽃다발을 들고 분향소가 열리기를 기다렸다.

서울에서 왔다는 박씨의 손은 추위에 빨개져 있었다. 그는 “내 가족이 저기(분향소)에 있다고 하면 믿기지도 않을 텐데, 누군가가 내 가족을 조문하러 온 상황이 너무나 슬플 것 같았다”며 “꽃다발을 안에 들고 돌아다니기 미안해 바깥에 나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디 유족분들이 건강 잘 챙기시라는 말을 하고 싶다”며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소재원씨(41)는 경기도 용인시에서 9살, 6살 두 아들과 함께 분향소를 찾았다. 소씨는 “첫째 아이가 뉴스를 보더니 ‘자기 친구가 비행기에서 먼 길 오느라 배고팠을 것 같다며 가보자’고 해서 왔다”고 말했다.

소씨 아이들 손에는 돼지 저금통이 들려있었다. 첫째 아들이 4살때부터 모았다는 돼지 저금통에는 ‘친구야 하늘나라에서 맜(맛)있는 거 사 먹어. 그곳에서 행복해’라고 쓰여 있었다.

국화 세송이를 사 온 목포대학교 학생 김우협씨(23)는 “건너 아는 분들이 많이 돌아가셨다”며 “한 송이는 희생자를 위해, 하나는 유가족을 위해, 또 다른 하나는 아픔에 공감하고 참사를 지켜본 사람들을 위해 준비했다”고 희생자 명복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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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시에 사는 소명군(9)과 소설군(6)이 지난해 12월31일 아버지 소재원씨(41)와 함께 전남 무안국제공항 합동분향소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를 조문하러 왔다. 김송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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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무안 |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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