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후 러시아 통제 풀릴 시 한국 가격 경쟁력 회복 기여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불황의 늪에 빠진 가운데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이 반등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11월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승리를 선언하고 있다. /플로리다=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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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장혜승 기자]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불황의 늪에 빠진 가운데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이 반등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평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가능성을 강조해왔는데 종전 이후 서방의 러시아 제재가 완화될 확률이 높아서다. 여기에 최근 하락세를 보이는 국제 유가가 트럼프 취임 이후 더욱 내려갈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러-우 전쟁 조기 종식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석유화학 업황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석유화학 업계는 중국발 공급 과잉에 따른 대규모 손실이 누적돼 실적 부진에 시달려왔다. 석유화학 '빅4' 중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은 올해 3분기 일제히 적자를 기록했다.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한 금호석유화학도 영업이익 65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2.7% 감소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국과 대만 등 경쟁업체의 원가 우위 국면까지 겹쳐 어려움은 가중됐다. 러우 전쟁으로 여러 국가가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가하는 동안 중국 석화 업체들은 지난 2022년부터 러시아와 이란에서 배럴당 평균 10~20 달러가 저렴한 원유를 받아썼다.
현재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비중은 19%로 1위를 차지한다. 지난 2022년부터 올해까지 3년 평균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86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중국은 4~8% 저렴하게 조달해온 셈이다. 지난 3년간 한국 석유화학 업체의 원가 경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도 러우 전쟁 이전까지는 러시아산 납사를 수입했으나 현재는 끊긴 상황이다. 한국이 수입했던 러시아산 납사는 다른 지역보다 30~40달러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불황의 늪에 빠진 가운데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이 반등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롯데케미칼 공장 전경. /더팩트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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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의 외교 정책 변화가 국내 석화업계에 반등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줄곧 집권하면 러우 전쟁을 빨리 끝낼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개최한 '아메리카 페스트 2024' 연설에서 "(러우 전쟁을 종식하는 것은) 내가 빨리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라며 임기 초기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로이터는 러우 전쟁 종식을 위한 특사가 이달 초 우크라이나와 EU를 방문해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에 나설 예정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의지대로 종전이 되고 러시아 제재가 다소 완화된다면 저렴한 러시아산 원유와 납사를 받아쓰는 중국 석화업계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재성 하나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종전에 따른 러시아 제재가 다소 완화된다면 저렴한 러시아산 원유와 납사를 받아쓰는 중국과 대만의 정유·석유화학 업체의 경쟁력은 다소 약화될 것"이라며 "한국 업체는 제재가 풀리면서 러시아 납사를 조달하며 원가 열위 국면을 탈피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하락세를 보이는 유가도 긍정적 신호다. 지난해 초 배럴당 90달러까지 올랐던 두바이유는 지난달 70~73달러 수준을 유지했다. 이 기간 원유에서 추출하는 나프타의 가격도 톤당 600달러 후반에서 600달러 초반까지 내려갔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은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를 열분해해서 얻기 때문에 유가 하락은 석유화학 산업의 원가 절감으로 이어진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면 유가가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당선인은 재임 기간 셰일 오일 생산량을 2배로 늘린다고 공언해왔다.
윤재성 하나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달 '2024 석유컨퍼런스'에서 올해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60~7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2024년 평균 가격 76.4달러보다 낮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얼마나 회복세를 빠르게 보일지는 의문이지만 그동안 유가 불안정성이 큰 문제였는데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좀더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은 있다"고 말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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