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가운데)의 아들 신재원(왼쪽)은 아버지의 경질 소식이 알려진 직후 소셜미디어에 분노를 표현했다. /연합뉴스 |
인도네시아 축구 대표팀을 이끌던 신태용(55) 감독이 6년 만에 경질되자 그의 아들인 성남FC 소속 신재원이 이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신재원은 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신 감독이 인도네시아 축구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게 된 소식을 공유하며 “5년 동안 피파랭킹 50단계를 올려놓고, 월드컵 예선 3위인데 경질이라니”라고 적었다. 이어 “그동안 고생 많았다. 아빠가 인도네시아를 위해서 최선을 다한 것 우리 가족들은 다 안다”고 했다.
다른 게시물에는 영어로 “신태용 없이 당신들이 얼마나 갈 수 있는지 보자”며 “아버지는 인도네시아를 이 단계까지 올리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는 댓글을 달았다. 그러면서 “인도네시아 축구협회(PSSI)가 5년 동안 아버지를 어떻게 대했는지 할 말이 많지만 덮어두겠다”고 했다.
PSSI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신 감독과의 인도네시아 성인 대표팀, 23세 이하 대표팀 계약을 해지한다”고 발표했다.
2019년 말 인도네시아 대표팀을 이끌게 된 신 감독은 그간 빼어난 성과를 내왔다. 동남아 최대 축구 축제인 2020 미쓰비시컵에서 준우승, 2022년 대회에서는 4강에 올랐다. 지난해 U-23 아시안컵에서는 황선홍 감독이 이끌던 한국을 8강에서 꺾으며 한국의 10회 연속 올림픽 진출을 좌절시키기도 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도 올라가 있다. 신 감독 부임 전 173위였던 인도네시아의 FIFA 랭킹은 작년 12월 기준 127위로, 50계단 가까이 올랐다.
인도네시아 측도 이 같은 업적을 인정해 지난해 6월 신 감독과 재계약하면서 계약 기간을 2027년까지 연장한 상태였는데, 돌연 계약 종료를 통보한 것이다.
에릭 토히르 PSSI 회장은 신 감독 경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표팀 평가에서 우려된 부분은 ‘역동성’이다. 선수들이 전략을 더 잘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4 미쓰비시컵에서 인도네시아가 4강 진출에 실패한 것이 경질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유럽파 차출이 불가해 신 감독은 유망주 위주의 대표팀을 구성해 미쓰비시컵에 참가했고, 성적 부진은 어쩔 수 없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신 감독의 후임으로는 파트릭 클라위버르트, 루이 반 할 등 네덜란드 출신 지도자들이 거론되고 있다. 토히르 회장은 네덜란드 귀화 선수들이 대표팀의 주축을 이루는 만큼 유럽 축구에 능통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뜻을 드러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신재원의 인스타그램에는 신 감독을 응원하는 인도네시아 축구 팬들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당신의 아버지는 특별하다. 우리 인도네시아인들은 그를 잊지 않을 것이다” “당신의 아버지는 인도네시아 축구의 역사다” “당신의 아버지는 우리의 영웅이다. 우리는 항상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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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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