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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제국의 위안부’ 박유하 교수, 손배소 2심 승소…“표현의 자유 인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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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저서에 일본군 위안부를 ‘자발적 매춘부’ 등으로 표현한 박유하(68) 세종대 명예 교수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학문 저술은 법원이 아닌 학계·사회가 평가할 영역이며, 학자의 표현의 자유​는 폭 넓게 인정돼야 한다는 취지다.

    조선일보

    저서 '제국의 위안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박유하 세종대 명예교수가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작년 4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을 마친 박 교수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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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고법 민사12-1부(재판장 장석조)는 22일 고 이옥선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13명이 박 교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1심은 “위안부 피해자 1명당 100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단했었다.

    재판부는 “책에 기재된 표현은 학문적 서술”이라며 “피고의 견해가 많은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견해일 수는 있지만, 학계·사회의 평가 및 토론 과정을 통해 검증함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박 교수는 2013년 8월 출간한 저서 ‘제국의 위안부’에서 위안부를 ‘자발적 매춘부’ ‘일본군과 동지적 관계’ 등으로 묘사해 논란이 됐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2014년 6월 박 교수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명예훼손 등 혐의로 형사 고소도 했다.

    앞서 1심은 지난 2016년 박 교수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박 교수의 책 32군데가 허위 사실이거나 극히 일부의 사실을 일반화한 것으로,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봤다.

    그러나 항소심은 이를 뒤집고 박 교수에게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우선 박 교수가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게 아니라 학자의 ‘의견’을 낸 것이므로,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2023년 10월 대법원이 박 교수의 표현들이 허위 사실 적시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명예훼손 혐의를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했고, 이듬해 4월 무죄가 확정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책에 기재된 부분은 학문적 주장 내지 의견”이라며 “학문적 개념을 전제로 한 용어를 의견 표명으로 보는 것이 학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또 박 교수가 위안부 피해 여성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도 아니라고 했다. 재판부는 “책의 표현으로 인해 원고들이 다소 감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해도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적 가치와 비교했을 때, 원고들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또 법원이 학자의 저서를 쉽게 불법으로 인정한다면 자유롭게 견해를 표명할 자유를 지나치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선고가 끝나고 박 교수는 법정 앞 복도에서 “10년이나 걸렸다. 그동안 고생 많았고 고맙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변호인들과 지인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또 박 교수는 “위안부를 ‘자발적 매춘부’로 표현한 게 아니라 타 문헌을 인용한 것임을 법원이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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