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9 (화)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제국의 위안부’ 박유하 민사 2심 승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재판부 “표현의 자유 인정해야”

    조선일보

    박유하 세종대 교수가 2022년 8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국의 위안부' 소송관련 현황과 한일 현안 긴급제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저서 ‘제국의 위안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무죄를 확정받은 박유하(68) 세종대 명예교수가 민사 소송에서도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받았다. 학문 저술은 법원이 아닌 학계·사회가 평가할 영역이며, 학자의 표현 자유​는 폭넓게 인정돼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고법 민사12-1부(재판장 장석조)는 22일 고(故) 이옥선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13명이 박 교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박 교수는 9000만원을 배상하라”는 1심 판단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2013년 8월 출간된 ‘제국의 위안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종전과는 다른 서술로 논란이 됐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2014년 6월 자신들을 ‘자발적 매춘부’ ‘(일본군과) 동지적 관계’ 등으로 매도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은 2016년 박 교수가 허위 사실을 적시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배상 책임을 인정했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책에 기재된 표현은 학문적 주장 내지 의견”이라며 “박 교수의 견해가 많은 지지를 받지 못할 수 있지만, 학계·사회의 평가 및 토론 과정을 통해 검증함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법행위 책임을 쉽게 인정한다면 자유롭게 견해를 표명할 자유를 지나치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했다. 박 교수가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게 아니라 학자의 ‘의견’을 낸 것이어서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형사 사건에서도 2023년 10월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았고, 파기환송심을 거쳐 작년 4월 무죄를 확정받았다.

    재판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격권도 침해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다소 감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해도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적 가치와 비교했을 때, 박 교수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한도를 넘어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박 교수는 선고 후 지인들에게 “10년이나 걸렸다. 그동안 고생 많았고 고맙다”고 말했다. 또 “위안부를 ‘자발적 매춘부’로 표현한 게 아니라 타 문헌을 인용한 것임을 법원이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혜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