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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1 (목)

    이슈 국방과 무기

    윤, ‘호주 호위함 수주 실패 격노’도 거짓말…계엄모임 때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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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한국 해군 호위함 ‘충남함’ 시운전 모습. 에이치디(HD)현대중공업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3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해 지난해 3~4월 서울 삼청동 안전가옥 모임에서 “호주 호위함 수주 (불발과 관련해) 얘기를 하면서 화가 많이 났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 당시 삼청동 안가 모임에서 윤 대통령이 ‘비상한 조치’(비상계엄 선포)를 언급했다는 증언이 나왔으나, 이에 대해 명확한 언급을 피하며 부인한 것이다. 하지만 오스트레일리아(호주)가 한국 업체가 탈락한 호위함 후보 선정 결과를 공식발표한 게 지난해 11월이라, 윤 대통령의 이런 설명은 아귀가 맞지 않다.



    윤 대통령은 이날 “그때(삼청동 안가모임) 비상계엄 얘기를 했다고 하는데, 제 기억에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의 호위함 수주를 위해서 호주 대사로 보냈는데, ‘런종섭’(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회피 목적 국외 도주)이라며 인격 모욕을 당하고 사직했다. 결국에는 고위직의 활동이 부족해 호주 호위함 수주를 못받았다. 사실 우리한테는 한·호 해군 협력상 굉장히 중요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럴만한 상황에 처해져서 아마 그 이야기를 하다가 제가 화가 많이 났던 것 같고…”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4일 주호주 대사에 임명했던 이종섭 전 장관이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회피 의혹이 불거져 3월29일 면직된 것이 호주 호위함 수주 실패로 이어졌다고 주장한 것이다.



    호주는 중국에 맞서 국방력을 키우면서 기존 안잔급 호위함(3600t급)을 신형 호위함 11척으로 대체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호주 호위함 사업은 최대 1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호주는 지난해 2월20일 이 사업에 4개국의 5개 군함 모델을 1차 후보로 추천했다. 한국의 울산급 배치-Ⅱ(대구급), 울산급 배치-Ⅲ(충남급), 독일의 메코 A-200, 일본의 모가미 30FFM, 스페인의 알파 3000 등이었다. 일본(미쓰비시중공업), 독일(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 스페인(나반티아)은 나라마다 1개 업체였고, 한국은 한화오션(대구급), 에이치디(HD)현대중공업(충남급) 2개 업체였다.



    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11일(현지시각)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개최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를 계기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호주의 호위함 사업에 대한 국내 기업의 참여 의지를 강조했다. 대통령실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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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가 지난 2월 한국 업체 2곳을 1차 후보로 선정했을 때 국내 방산업계와 정부 당국은 한국이 호주 호위함을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국 호위함이 독일·스페인·일본에 비해 값이 싸면서도 성능이 뛰어나기 때문이었다. 윤 대통령이 참석한 삼청동 안가모임은 지난해 3월 말이나 4월 초로 알려졌는데, 당시는 한국 업체들이 호주 호위함 1차 후보에 선정돼 국내에서 호주 호위함 수주를 자신하는 분위기였다. 윤 대통령이 당시 호주 호위함 수주 불발과 관련해 화를 낼 상황이 아니었다.



    이종섭 주호주 대사 면직 이후, 정부는 지난해 7월31일 후임으로 심승섭 전 해군참모총장을 임명하며 10월까지 호주 호위함 사업 수주에 힘을 쏟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11일(현지시각)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개최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를 계기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호주의 호위함 사업에 대한 국내 기업의 참여 의지를 강조했다. 장호진 대통령실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지난해 10월28일 윤 대통령의 지시로 호주를 방문해, 호주 외교·안보 수뇌부를 만나 호주 호위함 확보 사업에 국내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호주 정부가 한국 업체가 아닌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독일의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을 호위함 수주 사업자 2차 후보로 선정한다고 공식 발표한 것은 지난해 11월25일이다. 안가 모임이 이뤄진 지난해 3월 말~4월 초는 호주 호위함 수주 실패는커녕 수주 전망이 밝다고 여겨 수주 경쟁에 피치를 올리던 때였다. 윤 대통령의 지난 13일 헌재 진술은 마치 호주 호위함 수주 실패를 8개월 전에 예감하고 삼청동 안가 모임에서 미리 화를 냈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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